[도민시론] 강릉 남산초교 해솔나라 교육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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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나라? 처음 듣고 무슨 뜻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일단 해솔나라 국기가 있단다.
정말 해솔나라에 대한 무용담을 듣다 보니 불현듯 영국 웨일스의 괴짜가 일군 책나라 '헤이 온 와이'가 떠오른다.
그런 찐 로컬방송국이나 해솔 나라 같은 시스템은 그저 꿈일까? 표준어를 쓰지 않는다고 교양인이 아니라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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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만나고…
지역을 배운 아이들은
마치 연어의 그 위대한
여정과도 같이 반드시
회귀할 수 있을 터이다.
해솔나라? 처음 듣고 무슨 뜻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해처럼 밝고 소나무처럼 곧게?) 해솔국을 만난 것은 ‘어린이마을 지도 그리기’에서였다. 아이들이 마을지도를 그린다고? 강릉 모탱이길, 정선의 운탄고도, 태백의 황지로드, 영동의 와인로드 등 마을 이야기 지도 그리는 걸 즐겨하는 나로서는 살짝 구미 당기는 주제였다. 마을 지도 관련 사전 정보는 학교 주변을 중심으로 거의 완벽하게 담겨 있었다. 어디를 가야 할지 선택과 함께 어디는 가지 말아야 할지(너무 바쁜 상가는 사전 인터뷰를 거절하셨단다)까지 기록되어 있다. 순전히 담임 선생님의 발품과 땀방울이 묻어 있는 것이다.
해솔국에 대해 물으니 신나게 대답하는 어린이. 일단 해솔나라 국기가 있단다. 학기 초, 공모를 통해 디자인을 선정했단다. 창문의 양쪽으로는 해솔국 규칙(법)이 정해져 있고 화폐가 따로 있단다. 장관(반장)이 있고, 부문별 전문 직책이 있으며 해솔 화폐로 월급도 받는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플라스틱이 휴지를 줍는 등의 봉사를 하면 별도 화폐를 주며, 별도의 플라스틱 가계부도 있다. 이는 아이들 눈높이 해솔마켓에서 과자로 바꿀 수 있거나 여러 가지 혜택으로 교환 가능하단다. 소나기(소중한 나의 글쓰기)를 쓰는데 매주 기상천외한 주제가 주어진단다. ‘거인국의 거인이 된다면’, ‘내가 개미가 된다면’과 같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쓰기이거나 ‘지구를 구할 수 있다면’, ‘이웃 나라처럼 전쟁이 났을 때 내가 할 일은?’과 같이 현실적 주제를 다루기도 한단다.
정말 해솔나라에 대한 무용담을 듣다 보니 불현듯 영국 웨일스의 괴짜가 일군 책나라 ‘헤이 온 와이’가 떠오른다. 리처드 부스라는 책벌레가 인구 10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에서 책나라를 선포하고 스스로 대관식도 올린다. 그리고 20여 년 만에 유럽 최고의 책나라로 손꼽히게 된다. 해마다 5월이면 헤이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열리는데 식당, 민박, 갤러리, 공방 등으로 마을은 흥성거린다. 세상 바꾸는 일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솔나라의 특별함은 바로 지역과의 공생을 도모했다는 것이며, 이는 지방소멸의 중요한 해법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주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적 변화는 없다. 정책의 문외한이 보면, 그저 고속도로 이정표와 관공서 간판만 열심히 바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교육에서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이 일렁인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마을의 지도를 만들고, 이웃을 만나고, 인근 축제장이나 박물관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지역을 배운 아이들은 마치 연어의 그 위대한 여정과도 같이 반드시 회귀할 수 있을 터이다.
‘강릉모탱이길’ 책자를 들고 인근 대학 지리교육과 학생들이 도심걷기를 시도하거나, ‘최고야 태백’ 지역 교과서를 들고 문화 투어를 하거나, ‘정선 사북마을 그림책’을 들고 마을 탐방을 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로컬에서 답을 찾고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다시 헤이 온 와이로 가서 웨일스를 예로 든다면 이곳에는 웨일스방송국이 따로 있다. 우리로 치면 저녁뉴스를 브리티시 영어가 아닌 (사투리라 할 수 있는) 웨일스어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지역어로 드라마를 만들고, 로컬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 그런 찐 로컬방송국이나 해솔 나라 같은 시스템은 그저 꿈일까?
표준어를 쓰지 않는다고 교양인이 아니라는 시대는 지났다. 분초사회와 호모 프롬프트, 육각형 인간을 추구하는 유동의 시대, 리퀴드 폴리탄의 흐름이 지역과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 강릉에는 해솔국이 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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