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에 '어대한'까지…다시 연출되는 '이재명 vs 한동훈' 구도?

김세정 2024. 6.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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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 연임 확실시…與 한동훈 선두?
총선 전 구도 재현 가능성↑
"용산과의 관계설정 지켜봐야" 野 우려 속 관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됐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 당권주자로 떠오르면서 총선 이전의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또다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9일 한 전 위원장이 이 대표를 예방한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됐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 당권주자로 떠오르면서 총선 이전의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또다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조 심판'(이재명·조국 심판)으로 한껏 날을 세웠던 한 전 위원장이 이같은 태도를 유지할지, 그리고 민주당과 이 대표는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8월 18일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사퇴 시점을 고민 중이다. 지난 21일 사퇴할 것이라는 보도가 앞서 나왔지만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화력 집중 등을 위해 사퇴 시점을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4명의 주자가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등이다. 총선 이후엔 친윤 색채가 옅은 수도권 중진 의원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나 의원에게 당심이 쏠리는 듯 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하자 이목은 한 전 위원장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도 당원들과 일반 국민에서 고루 지지도가 높은 한 전 위원장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과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기류가 깔리면서 정치권의 이목은 이제 전당대회 이후로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 한동훈이라는 총선 이전 구도가 재현될 것으로 보여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가 서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 한동훈이라는 총선 이전 구도가 재현될 것으로 보여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가 서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4월 11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한 전 위원장. /남용희 기자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총선 이전과 비슷한 스탠스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한 전 위원장의 거센 네거티브가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이제는 강경 발언을 가급적 자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인으로서 더 성장한 모습으로 진중한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일을 쉽게 바꾸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법리스크가 이 대표와 민주당의 결정적 약점이라고 보고 있는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선 이를 더 부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불소추 특권'이라고 불리는 헌법 84조를 거론하면서 이 대표에게 선방을 날렸다. 또 이 대표가 언론을 '애완견'에 비유한 것을 거론하면서 "'애완견' 운운하는 비뚤어진 언론관은 가짜뉴스 못지않게 위험하다.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직격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은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이) 실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더 세게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전 이 대표는 한 전 위원장의 계속된 비판에 좀처럼 대응하지 않았다. 총선 압승으로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이 대표 입장으로선 말싸움에 휘말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박찬대 원내대표나 함께 선출될 차기 최고위원들이 대신 전면에 나서 한 전 위원장을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박 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의 초보 당대표인데 이 대표가 같이 싸워버린다면 상대편을 오히려 구해주는 꼴이다. 원내대표나 대변인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게 낫지 공세에 앞장서고 그러진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는 8월 18일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사퇴 시점을 고민 중이다. /장윤석 기자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의 등판에 안도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총선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의 부족한 능력이 증명됐다며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달라진 관계 설정을 통해 여당 속 야당 포지션을 구축한다면 대응이 까다로워져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박지원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으로선 땡큐다. 화장실에 가서도 웃을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을 해야 한다고 하면 폭발적인 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전 위원장이 그런 배짱을 가지고 있느냐, 이건 없다"라고 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번 선거에서 한 전 위원장의 개인은 다 평가되지 않았나"라면서도 "앞으로 용산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 당정 관계가 새로 정립될 수 있는 큰 분기점이 될 수 있고, 한 전 위원장의 정치 인생을 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쉽게 말해 용산의 출장소가 차려질지, 아니면 한 전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통해 자기주장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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