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난항 겪는 사령탑 선임...돌아돌아 결국 국내 감독 되나?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는 몇 달에 걸쳐 새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외국인 지도자 선임에 무게를 두고 100명 가까운 후보군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충족시킬만한 감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력강화위는 지난 18일과 21일 비공개로 회의를 열었다. 당초 전력강화위는 빠르면 이달 안에 감독 선임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18일 회의에서 최종후보를 5인 정도로 압축한 뒤 21일 구체적인 윤곽을 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일은 생각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후보 가운데는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대표팀 감독, 주제 모라이스 전 전북현대 감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기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아널드 호주 대표팀 감독은 한때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후보군에서 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를 떠나 해외에서 팀을 맡은 경험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2014년 일본 J리그 베갈타 센다이를 한 시즌 지휘한 게 해외 경력의 전부다.
지난 6월 A매치 전부터 후보로 언급됐던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대표팀 감독 역시 비슷한 이유다. 스페인 대표팀에선 수석코치, 바르셀로나에선 스카우트와 경기 분석관을 맡은 경력이 있지만 감독으로서 팀을 이끈 것은 이라크 대표팀이 거의 유일하다.
모라이스 전 전북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역시 전북 감독 시절 평가가 썩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감독으로 있던 기간 내내 ‘전술이 없다’, ‘선수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전북에서의 지도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종합센터 건립과 클린스만 전 감독과 코치진 위약금 등으로 재정적인 여력이 많지 않다.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그게 쉽지 않다.
지난 4월 대한축구협회는 미국 출신의 제시 마쉬 감독을 유력 후보로 삼고 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감독 연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최고 30억원 정도임이 드러났다.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약 60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던 마쉬 감독을 데려오기에 한참 모자랐다. 결국 마쉬 감독은 한국 대신 캐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다른 후보군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빅리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적이 없거나,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도자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모험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능성만 보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3차 예선까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3차 예선 1차전은 9월 초 열릴 예정이다. 기껏해야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그전에 이달 27일 조 추첨이 이뤄진다. 새 감독이 팀을 맡아 대표 선수들의 기량과 특징을 파악하고 상대 전력을 분석하기에 시간이 빡빡하다. 경험이 부족한 외국인 감독이 온다면 그 과정은 길고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지도자 쪽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감독보다는 차라리 대표 선수들의 성향을 잘 알고 소통 면에서 유리한 국내 감독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최종 후보에 올라와 있는 국내 지도자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과 김도훈 전 대표팀 임시 감독 등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도훈 감독이다. 김도훈 감독은 6월 A매치 기간 임시 감독으로서 성공적으로 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차전 싱가포르전(7-0), 6차전 중국전(1-0) 2연승을 지휘했다. 당시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전술적으로 잘 준비한 것은 물론 국가대표 선수들과 좋은 관계도 유지했다.
울산 사령탑 시절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는 등 토너먼트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김도훈 감독의 장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국내 지도자 가운데 능력이나 경험 면에서 가장 준비된 인물이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끌었다. 비록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대표팀을 이끌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치른 적도 있다.
현재는 울산을 K리그1 2연패로 이끄는 등 여전히 최절정의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맡는 등 협회 사정을 잘 안다는 점도 다른 지도자와 비교할 수 없는 그만의 장점이다. 다만 지난 3월에도 문제가 됐듯이 현재 울산을 이끄는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부담되는 부분이다.
축구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이건, 국내 감독이건 간에 새 사령탑 선임을 더이상 지체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전력강화위가 빠르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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