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50] 토종 삽살개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4. 6. 2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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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삽살개재단 소속 삽살개들. /장련성 기자

가히 애완견의 전성시대이다. 국가 공공기관인 검찰에서도 애완견을 키운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나도 애완견을 하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키우고 싶은 애완견은 삽살개이다. ‘살기(殺氣)를 쫓는다’는 개가 삽살개이다. ‘삽’은 물리친다, 제거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인생 살면서 살(殺)을 피해야 한다. 백호대살(白虎大殺·교통사고), 수옥살(囚獄殺·감옥에 가는 살), 상부살(喪夫殺·남편 치는 살) 등을 피해야 하니까 말이다.

개는 원래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 기능이 있다. 삽살개는 털이 얼굴을 덮고 있는 특징이 추가돼 있다. 이 털이 직사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해 주고, 이물질이 눈을 찌르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또한 숫사자의 갈기처럼 몸을 보호해주는 갑옷 역할을 하고, 겨울에는 방한복도 된다.

삽살개의 이런 장점이 한반도에서 삽살개가 오랫동안 살아남도록 역할을 했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인 하지홍(71) 선생의 주장이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가면 삽살개 연구소가 있다. 쓸 만한 개를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물어물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350마리의 삽살개가 1만5000평의 부지에서 육종되고 있다. 인건비 빼고 1년 사료 값만 1억40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경북대 수의학과의 하성진·탁연빈·하지홍 교수 3명이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멸종되어 가던 우리 토종개인 삽살개를 복원했다.

바이칼 호수에서 발견된 삽살개 뼈를 유전자 분석해 보니 1만2000년 전으로 나왔고, 북방에서 한반도로 유입된 시기는 약 4800년 전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정착한 세월이 5000년 다 되는 셈이다. 조선시대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개가 바로 삽살개이다. 털이 길어서 이걸 세세하게 묘사하려면 그림 그리는 화가의 필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델 견에 적합한 개가 바로 삽살개였던 것이다.

“애완견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물지 않는 성품입니다. 사람 물면 안 됩니다. 개도 타고난 성품이란 게 있습니다.” 개의 골격, 용모, 성품, 아이큐, 번식능력을 각각 보는데 이 가운데서도 성품이 중요한 조건이다. 정서적인 안정감이기도 하다.

개의 성품을 테스트하는 방법이 있다. 개 앞에서 갑자기 우산을 쫙 폈을 때 개가 놀라는지 아니면 침착하게 있는지, 갑자기 사람이 꽹과리를 쳤을 때 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본다. 개들끼리 잘 어울리는 사회성도 본다. 사회성은 양보 능력이다. 하지홍 교수는 삽살개의 성품과 사회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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