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7] 네거티브 캠페인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선거에서 상대 후보자의 자질이나 비리를 공격하는 행위가 멈추지 않는 것은 그것의 효과가 놀랄 만큼 크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메시지들은 자극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동원 효과를 증폭한다.
미국 대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역사는 유구하다. 1796년 존 애덤스는 경쟁자 토머스 제퍼슨의 알코올 의존과 도박 취미 등을 비난하는 전단을 돌렸다. 이 시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존 애덤스는 선거인단 투표 71대68이라는 박빙의 차이로 승리를 거둔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대서양 양쪽의 지도자들 모두 상대 후보를 깎아내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수낙 영국 총리를 싸잡아 이렇게 묘사했다. 선거를 앞둔 이들은 모두 인기가 형편없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있는 이번 미국 대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네거티브 전력도 만만치 않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한 2016년 대선에서 여성 비하 발언 녹취록이 공개돼 곤경에 빠지자 “나는 말만 했지만 (빌) 클린턴은 실제로 성폭행을 했다. 미국의 정치 역사상 클린턴처럼 성 학대를 저지른 인물은 없다”고 비꼬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 선거전에서 트럼프가 동원한 캠페인 송은 롤링 스톤스의 고전 중 하나인 이 노래인데, “언제나 네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순 없어/ 하지만 노력한다면 가끔은/ 네가 필요한 걸 가질 수 있지(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But if you try sometime you find)”라는 후렴구를 교묘하게 각인시켰다.
정작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는 자기들에게 허락도 얻지 않고 도용했다며 노발대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트럼프답게 무시하고 밀고 나갔다. 캠페인 송마저도 원작자의 네거티브 반응을 불러낸 보기 드문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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