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금값된 김값

김가람 2024. 6. 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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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17회 Ⅰ] 금값된 김값

마트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김 상품들.


밥에 뿌려먹는 김 자반도 있고, 소풍 갈 때 필요한 김밥용 김도 있습니다.

김상남/서울 강서구
“간장에 먹어도 되고 조미 김은 그냥 김밥 싸서 먹어도 되고 김밥도 꼭 김이 들어가야 되고 그래서 김은 빠질 수 없는 반찬이잖아요.”

그런데 최근 김 제품 가격이 올랐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조미김, 16개 들이 가격이 두달 전만해도 5,380원이었는데 30%나 올라 6,980원이 됐습니다.

이 재래김도 20봉 들이 기준 6,480원에서 1천 원 넘게 올라 7,490원이 됐고, 이 곱창김 가격도 12%나 올라 8,580원이 됐습니다.

예전엔 부담없이 카트에 넣었던 김. 하지만 이제는 망설이게 됩니다.

김상남/서울 강서구
“반찬 없을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건데 너무 많이 올라서 두 개, 세 개 살 거를 하나 정도 그렇게 구입하는 정도밖에 안돼요”

가장 흔한 조미김이나 파래를 섞어 독특한 풍미의 파래김, 가을에만 반짝 생산되는 곱창김까지 종류도 다양한 김들.

김값은 왜 금값이 된 걸까요?


전남 목포에 있는 국내 중견기업의 김 가공공장.

김에 구멍은 없는지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본 뒤 가공 기계에 올립니다.


레일을 따라 줄지어 초벌구이되는 김.

소금과 기름을 발라 다시 구우면 반짝반짝 윤기가 흐릅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마치 찍어내듯 용기에 담아내고, 포장까지 마치면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이 완성됩니다.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이 제품은 올리브유 재래김으로, 베트남에 수출하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기자
“확실히 소금기가 적은 것 같고, 감칠맛이 더 좋은 것 같네요.”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네, 현지인이 스낵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짜지 않고 기름 함량을 줄여서 간식으로 먹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기업에서 김으로 올리는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1,100억 원. 최근 5년 동안 평균 30%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상민/대상 해조류연구센터장
“인도네시아, 베트남, 동남아시아를 비롯해서 전세계 40여 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해조류가 건강 웰빙 스낵으로서 여러 가지 각광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 검은 종이로 불리며 세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김.

2010년만해도 60여 곳에 불과했던 김 수출국가는 지난해 두 배로 늘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K-컬쳐로 드라마나 문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먹는 과정이나 방법이나 익숙해지고 나니까 거부감이 없는 거죠.”

김 최대 생산지인 전남 고흥.


어민들이 그물을 세척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김 양식을 했던 그물입니다.

임종섭/김 양식어민
“터진 거 꼬매가지고 정상적으로 만드는 거죠. 세척 후에 올 가을에 넣기 위해서 보망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그물을 준비해놔야 가을부터 본격적인 김 양식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조개 껍데기에서 김 종자를 키우고, 가을이 되면 물레를 돌려 그물에 포자를 붙입니다.


겨울이되면 차가운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김을 키우고, 이듬해 봄까지 예닐곱번에 걸쳐 채취합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어민들은 김 생산량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었습니다.

김 가격도 수십년 동안 정체상태였습니다.

임종섭/김 양식어민
빚을 내서 어구를 준비하고, 또 벌어서 그걸 갚고 항상 그렇게 된 세월이 많았죠. 그런 세월이었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과잉생산되는 걸 어떻게든 팔아보자 해서 해외마켓 개척이 시작됐고요. 특히 김이 인기를 갖게 된 건 어느 정도 사람들은 스시바에 한 번쯤 가봤고, 그 블랙 페이퍼라고 부르던 것이 우리나라 조미김이라는 게 들어가면서 먹어보니까 이건 스낵으로 괜찮거든요. 그래서 시장이 확 폭발하기 시작하고

김은 조선시대 전남 광양에서 김여익 공이 최초로 양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이라는 이름도 김여익 공의 성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김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어민들은 김이 제 이름을 찾아간다고 반기고 있습니다.

임종섭/김 양식어가
“김이 김 씨가 김을 해서 김 아닙니까? 그런데 쇠 금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제 김이 제 이름 찾아갔다 그런 농담을 하죠


일본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아리아케 해역.

이곳의 김 생산량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김 수확 기간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해류 영향 때문에 북쪽에 양식장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일본 김 생산량은 10년 만에 40%나 급감했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수온이 올라감으로써 김의 수확 시즌이 짧아지고, 또 여름철에 수온이 올라가면 표층수의 영양염류가 다 소진이 돼버립니다. 황백화 현상 같은 걸 일으키게 되고, 그러니 성장이 안 되고”

전남 완도에 있는 김 가공 공장.

김을 1차 가공해서 수출업체에 납품하는 공장입니다.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김을 생산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의 작황 부진으로 한국 김은 몸값이 더 높아졌습니다.

최봉학/한국김산업연합회장
“올해 같은 해가 처음이에요. 저희들이 찾아다니면서 조미 가공하시는 분들, 수출하시는 분들한테 내 것좀 사달라 그랬죠. 올해는 그게 역전이 돼가지고 조미가공 수출하는 사람들이 김 좀 달라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김 값이 이렇게 된 거예요”

하지만 김을 사야하는 입장에서는 금값이 된 김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골목상권에 있는 한 김밥집. 선반 위에 김을 차곡차곡 쌓아놓습니다.


올해 초만해도 80매 들이 한봉지 가격은 8,200원. 반년 만에 11,500원으로 40% 넘게 급등했습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공장에서 좀 더 김을 사두려고 해도 살 수가 없습니다.

박수경/김밥집 사장
“다이렉트로 공장에서 주문을 하는데 공장에서도 아무래도 김 수출이 많다보니까 이렇게 많이씩 저희한테 주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주시는 만큼만 받아서 지금 쓰고 있어요.”

김밥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김.

하지만 김값이 올랐다고 김밥 가격을 마냥 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박수경/김밥집 사장
“이것까지 너무 저희가 올려버리면 사드시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안 올리고 있거든요”

지난해 김 수출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0여 년만에 7배나 성장한 겁니다.


국내 김 재고량도 평년보다 40% 넘게 줄었습니다.

최봉학/한국김산업연합회장
“세계적으로 수출하라는 나라는 늘고, 수출하라는 나라만 느는 게 아니라 먹는 인구 자체도 늘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김은 이 가격 이상으로 형성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값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잡은 한 공장.

지난해 들어선 세계 1위 김 가공업체 일본 코아사의 공장입니다.


일본의 김 생산량이 줄자 양질의 김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김 마켓이 뜨겁다는 건 아니까 좋은 퀄리티에 맛있는 김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으니까요. 일본은 가라앉고 있고 중국은 퀄리티를 아직 낼 수가 없고. 코아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꽤 많이 우리나라를 노크하고 있습니다.”

진출 배경을 묻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중히 답변을 거절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김 산업을 하려면 김 생산이 원만히 이루어지는 원료가 많은 곳을 선택해야 하겠죠. 자금력이나 해외에 진출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충분히 돼 있는 업체니까”

코아사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김 30%를 가공해 수출하는 세계 1위의 김 업체입니다.


코아사의 국내 진출에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적은 국내 김 수출업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우리 기업들이 여태까지 기반을 조성해놨던 태국이나 중국이나 러시아 쪽의 과자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김이 코아사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그런 입장에 와 있죠. 경쟁을 하게 된다라고 하면 물량 면에서, 그 다음에 자금력에서 뒤지는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큰 우려가 되고


세계 1위의 김 가공업체까지 한국에 진출하면서 김을 둘러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태용/한국김수출협회장
“코아사가 물동량을 많이 늘린다고 하면 시장원리가 그렇잖아요. 많이 사는 사람이 가격을 쥐고 놀게 돼있거든요. 코아사가 지금 이 시점에 많은 양을 좀 사, 가격을 높여도 돼라고 하면 우리는 관망만 하다가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그런 게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전남 해남에 위치한 국립해양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플라스크에 김 종자가 담겨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는 온난화에 대비해서 김 종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허진석/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연구사
“지금 온도 조건은 5도에서 5도 간격으로 25도씨까지 5개 구간으로 둬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요”

각기 다른 김 종자들이 어떤 온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 찾기 위한 연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9.8도.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김 양식 기간도 해를 거듭하며 짧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 김 생산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진석/국립해양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연구사
“장기적으로는 김 양식뿐만 아니라 해조류 양식 전반에 걸쳐서 생산성이 좀 안 좋아질 거라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남 진도의 김 종묘 생산업체 대표 이정근 씨.

아버지가 하던 김 종묘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한때 젊은이들이 떠나간 어촌 마을.

최근에는 이 씨처럼 젊은 나이에 김 산업에 몸을 담는 또래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정근/김 종묘생산 업체 대표
“저희 마을 같은 경우는 제 또래는 8,90% 전부 진도로 내려와서 하고 있어요, 아버지와 같이. 워낙에 김이 호황기를 맞고 있다보니까.

생산량은 그대론데 수출 물량은 늘어난 김.

일본 업체의 진출이 국내 김 수출과 가격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김 양식면적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김광훈/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어떻게 하면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를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생산량만 잘 맞추고 퀄리티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여는 건데.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거죠.”

김밥용 김은 1년 전 100장에 5천 원대에서 지난 4월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제는 1만 1천 원에 육박하며 빠르게 오르고 있는 김 값.

김을 찾는 사람이 세계인으로 확대되면서 김의 몸값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김가람
촬영: 조선기 강우용 임현식 조승연 김성현
영상편집: 김지영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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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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