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나쁜 사람[내가 만난 명문장/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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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 맞아 죽을 뻔한 맥콜(덴절 워싱턴)을 이탈리아 조그만 마을 의사가 살렸다.
죽어가는 맥콜에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물었는데, 모르겠다고 답했다는 것.
그래서 의사는 맥콜이 좋은 사람이라 판단하고 치료했다고 한다.
맥콜처럼 대답하면 나는 그냥 나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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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이냐, 아니면 나쁜 사람이냐?” “잘 모르겠다(Non lo so).”
―영화 ‘더 이퀄라이저3’ 중
한국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상상해 보자. 맥콜처럼 대답하면 나는 그냥 나쁜 사람이 된다. 무언가 켕기는 게 있구나, 이런 반응이다. 그래서 성찰적 답을 하면 안 된다.
무조건 나는 ‘좋은 ○’이다. 모함을 받았을 뿐이다. 우겨야 한다. 그러면 내 편은 나를 ‘좋은 ○’으로 믿어준다. 상대편은 어차피 나를 ‘나쁜 ○’으로 프레임을 씌운다. 나의 성찰과 변화에 대한 이해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내 편 네 편’ 진영이기 때문이다. 용공과 반공, 독재와 민주, 가해와 피해로 기준을 정해 놓고 내 편, 네 편, 좋은 ○, 나쁜 ○ 갈라놓으면서 서로 재미를 봐왔다.
불과 몇 % 차이로 정권이 갈리고 국회 의석수가 압도적 불균형을 이루는 건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자기 진영 안에서 나눠 가질 수 있는 권력과 자리, 이권 등을 수단으로 사람을 줄서기 시키면 그만이다. 그래서 같은 부동산 투기, 탈법 코인 투자, 아빠·엄마 찬스, 직권 남용, 막말도 내 편이 하면 투자, 부모 사랑, 업무 추진력, 솔직함이 된다.
사람 전체로서, 가진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일단 내 편에 서서 저쪽을 향해 얼마나 큰 목소리로 선명하고 거칠게 나쁜 ○이라고 외칠 줄 아느냐가 그 사람의 인격이며 능력이 되었다. 그런 사람에게 열광하는 대중이 점점 늘어간다.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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