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다 116구’ 5이닝 버텨낸 엄상백, 일주일 동안 2승··· KT도 위닝시리즈
선발 1승이 때로 참 어렵다. KT 엄상백이 악전고투 끝에 귀중한 승리를 올렸다. 시즌 7승(7패) 째.
엄상백은 23일 잠실 LG전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2실점으로 버텼다. 버텼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경기 내내 힘든 피칭을 했다. 5안타 2사사구를 내줬지만, 결과보다 투구 내용이 더 힘겨웠다. 이날 5이닝 동안 22타석을 상대하는 동안 5구 이상 승부가 15차례 나왔다. 9구 이상 승부도 4차례였다. 4회 2사 2루에서 박해민과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후속 함창건과는 10구 승부를 했다. 다행히 1루 땅볼을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엄상백은 이날 5이닝 동안 116구로 개인 최다 투구 수 기록을 새로 썼다. 2015년 6월 19일 광주 KIA전 114개보다 2개 더 많이 던졌다. 이번 시즌 최다 기록은 지난달 2일 역시 광주 KIA전 106개였다.
LG 타자들이 특유의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으로 집요하게 괴롭혔지만, 엄상백은 선발 투수로 소임을 다했다. 주자 출루만 놓고 보면 3회 김현수에게 2점 홈런을 맞은 것 외에 큰 위기 없이 잘 막았다.
가장 큰 고비라면 5회말이었다. 첫 두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지만, 문보경을 상대로 공 9개를 던지며 볼넷을 내줬다. KT 벤치 쪽에서 난감하다는 듯한 웃음이 나왔다. 승리 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투구 수가 이미 107개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엄상백이 지난 18일에도 선발로 나와 이미 101구를 던졌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예정했던 투구 수를 넘긴 셈이었다. 다행히 엄상백은 LG 오스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 투수 요건을 완성했다. 뒤이어 나온 불펜진이 동점 허용 없이 막아내며 엄상백은 18일 롯데전에 이번주에만 2승을 올렸다.
KT는 이날 LG를 4-3, 1점 차로 꺾었다. 지난 21일 3-2 승리에 이어 이번 3연전 동안만 2차례 1점차 승리를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박시영과 김민수 김민이 차례로 나와 모두 홀드를 기록했고, 9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박영현이 시즌 9세이브째를 올렸다. 타선에선 배정대가 5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배정대는 1차전 4타수 3안타를 포함해 이날 하루 동안만 6안타를 몰아쳤다. 강백호는 3-2로 앞서던 6회초 대타로 들어가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생애 최다 투구 새 기록으로 선발승을 거둔 엄상백은 “공도 많이 던지고 이닝을 많이 못 끌어준 것 같아 선수단에 미안한 마음에 컸다. 나로 인해 뒤에 투수들이 많이 나왔다”고 미안한 마음을 먼저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나 뒤에 나온 투수들이 잘 던져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다음 등판에서는 아쉬움 없는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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