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시즌 2승한 박현경 “준비된 자만이 기회 잡을 수 있죠”
박현경(24)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4억원)에서 4차 연장 혈투 끝에 윤이나(21)를 제압하고 우승한 뒤 이같이 말했다.
박현경은 23일 경기 포천시의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윤이나, 박지영(28)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을 치른 박현경은 연장 네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했다.
박현경은 연장 4차전이 치러진 18번홀(파5)에서 240m를 남기고 우드로 투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아 ‘장타자’ 윤이나를 제쳤다. 올 시즌 드라이브 샷 비거리 부문 3위에 오를 정도로 투어 내 ‘장타 퀸’으로 통하는 윤이나는 하이브리드로 투온을 노렸지만 그린에 살짝 미치지 못했고 4m 버디 퍼트는 홀을 반쯤 돌고 나왔다.
박현경은 당시 상황을 두고 “연장전에 간 세 명 중 제가 가장 거리가 짧다. 특히 18번홀은 투온을 하거나 그린 주변에서 버디를 노리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편하게 임했다”면서 “원래 두 번째 샷에서 정말 투온이 되지 않는 거리다. 정타도 맞았지만 내리막을 타고 그린에 올라가 너무 놀랐다”고 돌아봤다.
사실 박현경은 정규 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6m 거리의 짧은 버디 퍼트를 남겨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해 박현경은 연장전에 끌려가고 말았다.
박현경은 “(캐디인) 아빠는 홀 우측 끝으로 보라고 하셨고 저는 직선 라인으로 봤다. 직선으로 친다고 쳤는데 저도 모르게 아빠 말에 의식해 퍼터 헤드가 열려 맞았다. 그 퍼트를 놓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전담 캐디인 아버지 박세수 씨를 원망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박현경은 아버지의 칭찬 한마디에 자신감을 가졌다고 밝혔다. 박현경은 “아빠가 칭찬해주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오늘도 9번홀이 끝나고 ‘현경아, 좋은 일 있을 거야’라고 말씀하시면서 힘을 주셨다. 주변 분들에게도 제 샷이 안정적이고 플레이가 믿음직스럽다면서 전지훈련을 잘하고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고 설명했다.
KLPGA 투어 통산 6승을 모두 아버지와 합작한 박현경은 아빠와 몇 승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원래 내년까지만 아빠에게 캐디백을 맡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로서 무거운 캐디백을 들고 코스를 걷는 아빠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게 편치는 않다. 백이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정말 무거운데 ‘아빠의 힘’으로 이렇게 캐디를 맡아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현경은 2021년 5월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2023년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까지 2년 반 동안 준우승만 9번에 그치며 유독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 달 사이에 2승이나 거두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현경은 “준비된 자만이 많은 기회를 잡는 것”이라며 “전지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고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상금 랭킹 모두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시즌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기는 이르다고 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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