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TK 행정통합’에…경북 북부권 “우리는 다시 찬밥 신세”
신청사 이전 실패 영향 여전
신도시 인구 2만여명에 그쳐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북 북부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경북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발전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경북 안동·예천에 들어선 경북도청 신도시 곳곳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결사반대’ ‘무의미한 통합 논의 중단하고 도청 신도시 살리기에 전력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펼침막들이 내걸렸다. 예천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김모씨(62)는 “수조원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낸 게 없는 상황에서 대구와 통합하면 우리는 다시 찬밥 신세가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권 발전을 명분으로 2016년 도청사를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등 2개 기초자치단체에 걸친 지역으로 옮겨 신도시를 만들었다. 당초 2027년까지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인구 10만명의 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 신도시 인구는 2만2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주민들은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경북 남부권을 중심으로 북부권이 흡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포항·구미·경산·경주 등이 모두 대구와 가까운 남부권에 위치한다는 근거에서다. 반면 북부지역은 영양·청송·봉화 등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높은 지역이 많다.
경북 예천군의회는 지난 20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중단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군의회는 “신청사를 이전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지역 통합론을 등장시킨다는 것은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행정력을 낭비하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안동시의회도 지난 19일 ‘경북·대구 행정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500만 통합도시로 단체장의 위상은 높아지겠지만 경북은 발전 기회가 줄어들고 소멸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선희 경북도의원(청도)은 지난 10~11일 열린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회는 거수기가 아니다. 도민과 도의회가 배제된 채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등은 지난 4일 회담을 통해 2026년 7월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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