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청문회’ 증언도, 침묵도 윤 대통령 정조준…야 “특검법 7월 초까지”
“증인 선서를 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여 정황을 증언했고,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들은 윤 대통령 관여 여부에 침묵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똑같은 ‘배후’를 지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3일,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축소에 관여한 정황이 더 또렷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입법청문회는 증인 선서를 거부하거나 ‘윗선’을 보호하려는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태도 덕분에 특검 도입 이유와 필요성을 더욱 명확히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을 6월 임시국회(7월4일까지)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온 야당은 고삐를 더욱 바싹 쥐고 있다.
증인 선서 거부의 증언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하면서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으로 각인됐고,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들은 진실을 숨기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양쪽이 사건을 대하는 차이가 특검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대령 등과 달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 증언 때문에 기소를 당할 수 있다는 게 이유로, 이들의 증언은 신뢰를 얻기 힘들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증인 선서를 했지만,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의 출발점인 ‘브이아이피(VIP) 격노설’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김 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격노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종섭 전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도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 드러난 정황들
지난해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의 순직 사건 수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것과 관련해 김승원 의원은 “윤 대통령의 관여 정황이 아주 뚜렷하게 확인됐다. 특히 신범철 전 차관은 외압이 아니라고 윤 대통령을 방어하려다가 ‘회수’라는 단어가 저절로 튀어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 대령은 지난해 8월2일 임성근 전 1사단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수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국방부는 같은 날 저녁 이를 회수했다. 이와 관련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당일 오후 1시42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라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기록 회수가 ‘국방부 차원의 결정’이라는 이종섭 전 장관의 그간 설명과 달리, 대통령실이 먼저 나서서 국방부와 경찰 사이를 조율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회수 당일 오후 4시21분께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청문회에서 ‘통화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것(통화)은 회수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초 입법 강공 계속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21일 청문회를 두고 “폭력과 갑질로 얼룩진 법사위였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촉구했다.
이에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수사 외압을 부정하려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억지가 놀랍다. 법사위 입법청문회의 증언들은 명백하게 대통령실 개입 정황을 가리키고 있다”며 “해병대원 특검법을 6월 임시국회 내 처리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야당만 참여하고 있는 법사위는 21일 청문회를 마친 뒤 전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특히 순직 사건 1주기(7월19일), 즉 통신사의 통화기록 보존 기한(1년)이 얼마 남지 않아, 그 전까지 반드시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김승원 의원은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어마어마한 사실들이 나타날 텐데, 통화기록 보존 기한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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