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확대, 비판적 시각도 필요…지속 가능 기술로 설계해야”

이홍근 기자 2024. 6. 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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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 바헬레 독일 녹색당 의원
토비아스 바헬레 독일 녹색당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에너지 과소비’ 문제 인지 어려워
무분별한 디지털화에 고민 필요
탄소중립적 에너지 발굴 힘써야

토비아스 바헬레 독일 동맹90녹색당 의원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선 인공지능(AI) 산업을 포기할 수 없고, AI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대해 “근본적으로 AI 확대가 모든 곳에서 필요한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으로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바헬레 의원은 2021년 9월 동맹90녹색당 소속으로 독일 연방의회 의원에 선출됐다. 디지털위원회, 외무위원회 소속으로 기후환경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바헬레 의원을 만났다.

- AI가 전력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탄소중립 달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AI 확대는 저지할 수 없는 기술 발전입니다.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에 AI를 훈련하고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모델을 사용하는 대신, 에너지 사용량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에너지를 절감하면서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데,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데이터센터에서 남는 폐열을 쓰도록 의무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고 보시는 건가요.

“불가능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AI 사용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산업에서 AI를 도입하고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무분별하게 AI를 도입하기보단, 디지털화가 정말 필요한지 판단해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AI를 쓸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정해 규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AI를 사용하면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분야들도 있습니다.”

- 어떤 분야인가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스마트그리드(기존 전력망에 IT와 통신 기술을 융합,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 분야입니다. 스마트그리드 구축이 가능하다면 전력 수요 조절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을 이룰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교통입니다. 스마트 교통관리 시스템을 통해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고, 자동차는 최단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내연기관 사용량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행정 분야입니다. 기존의 행정 체계는 많은 문서를 소비하고 허비합니다.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생성형 AI가 이미지 하나를 생성하려면 스마트폰 한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AI 과사용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사실 AI가 에너지를 과소비한다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독일에도 매우 많습니다.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AI를 쓰는 일반 소비자로선 내가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또 과소비의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적인 에너지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세대에게 전력 소비를 줄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시는 건가요.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난 세대)라 칭해지는 젊은 세대의 전기 소비량이 많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기후위기 세대라면서 기후대응을 기본권처럼 주장하는데, 결국 너희들도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느냐는 식의 올무를 씌우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기성세대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전 세계를 여행했는데, 그걸 포기하라는 것은 세대 간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은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습니다. 독일은 주민 수용성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화석연료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효과적이지 못했어요. 결국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으로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야 해요. 풍력발전소나 태양광 에너지 사업 설계를 할 때 주민들이 지분을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 한 지자체는 풍력 설비를 세우면서 연간 10만유로의 수입을 얻었는데, 농민들과 이 수입을 나눴습니다. 제가 속한 선거구에서도 2주 전에 주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신규 건설에 대한 표결을 했는데, 70% 이상 찬성률이 나왔습니다.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죠.”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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