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질겨진 식물성 가죽
파인애플 잎으로 만드는 식물성 가죽의 사용을 확대할 기술이 개발됐다. 동물성 가죽을 대체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되던 품질 수준을 파인애플 잎에 고무나무에서 얻은 천연 라텍스를 섞는 방법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동물 보호를 추구하는 ‘비건 소비자’의 요구를 담아낼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태국 마히돌대 연구진은 파인애플 잎으로 제조한 섬유를 이용해 품질 좋은 식물성 가죽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서스테인 어빌리티’를 통해 밝혔다.
수년 전부터 세계 시장에서는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가죽인 ‘피나텍스’가 주목받고 있다. 악어와 같은 동물을 해치지 않고도 가죽 제품을 얻을 대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품질이다. 양옆으로 당기는 힘, 즉 인장 강도가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피나텍스는 동물 가죽의 11%에 불과하다. 피나텍스로 만든 핸드백을 쓰다 보면 쉽게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마히돌대 연구진은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가죽에 고무나무에서 얻은 천연 라텍스를 첨가해 품질을 향상시켰다. 파인애플에서 뽑아낸 섬유에 천연 라텍스를 5% 혼합한 것이다. 파인애플 잎에서 유래된 식물성 가죽인 기존 피나텍스에는 바이오 플라스틱인 ‘폴리락트산(PLA)’이 들어갔는데, 이를 라텍스로 대체한 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새로 개발한 파인애플 잎 유래 가죽은 인장 강도가 기존 피나텍스의 3배에 달했다. 그만큼 튼튼하다는 뜻이다. 동물 가죽과 비교해도 인장 강도가 30% 수준에 이르렀다. 꽤 쓸 만한 식물성 가죽이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새로 개발한 파인애플 잎 유래 가죽은 미래 가죽 산업을 환경친화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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