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낙동강 오리알’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
한국의 발전상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인 ‘한강(漢江)’의 본래 이름은 ‘한가람’이었다. ‘한’은 “크다”는 뜻의 순우리말이고, ‘가람’은 강을 가리키는 옛말이다. 이를 한자로 적은 것이 漢江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강인 ‘압록강’은 물빛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물빛이 오리의 머리 빛깔과 같아 압록(鴨綠)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기록이 있다. 鴨이 ‘오리 압’ 자이고, 綠은 초록빛을 나타낸다. 실제로 청둥오리 수컷의 머리와 목은 짙은 녹색이다. ‘비단 금(錦)’ 자를 써 유난히 예쁘게 들리는 ‘금강’은 충남 공주의 옛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일대를 예전에 ‘곰’이라 불렀고, 곰이 ‘금’으로 소리가 바뀌면서 한자 ‘錦’을 빌려다 썼다.
‘낙동강(洛東江)’은 삼국시대엔 ‘황산강’ 등으로 불렸다. 그것이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낙수’와 ‘가야진’ 등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의 낙동강으로 굳어졌다. 여기서 ‘낙동’은 “가락(駕洛)의 동쪽”을 뜻하며, ‘가락’은 경북 상주의 옛 이름이다. 즉 낙동강은 상주 동쪽을 흐르는 강이다. 조선시대 이긍익이 지은 <연려실기술>에도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이런 낙동강 하구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오릿과 새들도 많이 날아든다. 그 새들이 낳은 알들이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거나, 철이 바뀌어 이동할 때까지 미처 부화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알들도 있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존재감 없이 있는 것” 또는 “외톨이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인 ‘낙동강 오리알’이 이런 알 때문에 생겼다는 설이 있다. 이와 함께 6·25전쟁 때 낙동강을 건너려는 북한군의 머리 위로 포탄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고 한 국군 장교가 “낙동강에 오리알이 떨어진다”고 소리쳤고, 이후 ‘낙동강 오리알’은 국군이 북한군을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우리는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세계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적이 있다. 그때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역사 속에는 반복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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