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독식'은 옛말 … 신임 판사 38% '비SKY'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6. 23. 2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년새 16%서 두배이상 늘어
스카이 출신 법원 이탈 가속화
박봉 대신 고연봉 로펌 택하고
지방 순환근무 등도 기피 이유
예전만 못해진 전관예우 탓도

한때 '법조계 입신양명'의 대표로 꼽혔던 판사직이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법조인에게서 외면받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도 엘리트로 꼽히는 '서울대 법대' 출신 이탈 가속화로 판사 출신이 '비SKY' 등으로 다양화되는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는 판사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판 지연 해소의 핵심인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임명된 신임 판사 전체의 절반에 달했던 서울대 출신은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14년 전체의 53%를 차지했던 서울대 출신 신임 판사는 2018년부터 30%대로 떨어졌다. 2021년과 2022년에는 31%로 최저치를 찍은 뒤 지난해 39%로 상승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하락세다.

반면 매년 임명되는 신임 판사 중 비SKY 출신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임명된 신임 판사 123명 중 비SKY 출신이 47명으로 전체의 약 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전체의 약 16%에 그쳤지만 2018년 37%를 거쳐 2020년 4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38%로 비SKY 출신 비중이 약 10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사법부의 꽃'으로 불렸던 판사직이 외면받기 시작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는 엘리트 법조인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박한 연봉이 꼽힌다.

물가, 특히 자녀 교육비와 부동산 등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판사 월급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닥치면서 엘리트 신임 법조인이 사회적 명예보다 높은 연봉 등 보상체계를 더 중요시하기 시작한 데 따른 변화다. 법조일원화 제도 때문에 서울대 등 출신 법조인이 애초에 선택지에서 판사를 지우고 급여가 높은 대형 법무법인 입사를 노리는 분위기도 있다.

판사가 되려면 수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필요로 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서울대 출신의 이탈이 더 심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복을 바로 입지 못하는 서울대 출신 대다수는 로스쿨 졸업 직후 대형 법무법인에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는데, 법조 경력을 채우고 다시 판사로 진로를 바꾸면 월급이 기존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판사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전관예우가 사라진 것도 판사 인기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계 인력 공급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전관 출신 타이틀을 내세워도 예전처럼 많은 수익을 거두기 힘들어진 상황이 겹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구속이나 감형 여부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전관예우가 약화되면서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보장됐던 '성공 보수'도 함께 사라졌다"며 "엘리트들이 변호사를 하기 전에 굳이 판사를 거쳐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인사 시즌 때마다 언제 지방으로 발령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판사를 생각했던 엘리트 출신들의 발목을 잡는다. 공무원 신분인 판사는 정기적인 지방 근무 발령을 피할 수 없다. 배석판사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2년씩 4년을 근무하면 무조건 지방에서 3~4년을 지내야 한다. 약 30년 동안 판사로 일할 경우 세 번 이상은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만큼 재직 기간 중 최소 10여 년은 지방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내년부터는 판사가 되려면 7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한데, 그 정도 경력의 변호사면 이미 본인 업무에 익숙해진 고참에 속하고 대부분 가정이 있어 서울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지방 근무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판사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 현재까지 서울대 법대 출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법관 자리를 놓고도 앞으로 '다양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일경제가 노무현 정부 이후 임명된 대법관 5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중 41명(82%)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중 오석준(사법연수원 19기), 서경환(21기), 엄상필(23기), 권영준(25기), 신숙희(25기) 대법관을 비롯해 현 정부에서 임명된 조희대 대법원장(13기) 역시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또 역대 대법관 50명 중 43명이 판사 출신이다.

하지만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과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면서 연봉 대신 명예를 택했던 서울대 등 엘리트 출신이 유턴하며 비SKY 출신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민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