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치마 휘날리며 토끼굴로 풍덩”…디즈니도 반한 한복, 흑요석 작가
이대출신 동양화 전공자로
10년간 게임업계 경력 쌓다
드라마 등장한 한복에 매료
‘한복 입은 서양동화’ 시리즈
북미·유럽서 히트하며 인기
마블·넷플릭스 등과 콜라보
‘한푸공정’ 바로잡는 책 출간도
일러스트레이터 우나영 작가(필명 흑요석)의 ‘한복 입은 서양동화’ 시리즈는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매일 수백 통의 메일이 쏟아졌고, 그림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미국 그림동화 거장인 에릭 칼의 그림책 박물관은 우 작가의 작품 전시를 제안해왔다. 이후 프랑스와 덴마크, 브라질, 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 열린 흑요석 작가의 전시회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다. 디즈니와 마블, 어도비, 넷플릭스, 조니워커 등 해외 유명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7일에는 국가유산청이 디즈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우 작가를 국가유산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우 작가는 국가유산청과 디즈니가 개발하는 각종 상품과 전시의 삽화(일러스트)를 그릴 예정이다. “10년 넘게 한복을 그렸지만 아직도 그리고 싶은 한복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그를 매일경제가 서면 인터뷰했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우 작가의 첫 직장은 게임회사였다. 넥슨에 입사해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개발에 도트 그래픽(점으로 표현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어릴적부터 게임과 만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울티마나 발더스게이트, 영웅전설 같은 판타지 RPG(롤플레잉게임)를 특히 좋아했죠. 자연스레 취업도 관련 업계로 하게 됐고요.”
우 작가가 주목한 소재는 한복이었다.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황진이’와 ‘성균관 스캔들’에 등장한 한복의 실루엣에 매료된 그는 동양화 전공을 살려 한복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전래동화 속 한복을 그리려 했어요. 그런데 전래동화 속 한복은 너무 당연하잖아요. 서양 동화에 등장하는 드레스가 당연한 것 처럼요. 거기서 ‘당연한 걸 깨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됐죠.”
우 작가는 회사를 다니며 시간을 쪼개 개인 작업에 몰두했다. “일단 작업은 시작했지만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도트 그래픽 작업만 하다보니 손도 굳어있었죠.”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퇴근 후 새벽까지 작업을 하는 날도 많았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그려야 하는’ 회사 업무가 아니라, 어린 시절 그랬듯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행위에서 오는 충실감이 컸어요.” 그의 대표작인 ‘서양동화 시리즈’와 ‘한복여인 시리즈’는 재직 중 작업을 시작한 작품이다.
지난 2019년에는 그간 공부하고 알게 된 한복 지식을 직접 책으로 펴냈다. 일본과 대만에서도 번역 출간된 이 책은 한복을 소수민족 문화로 치부하는 중국의 ‘한푸 공정’ 논란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탰다. “처음 한복을 그리기 시작했을 땐 한복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느낀 점은 텍스트 위주고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죠. 당시의 저처럼 한복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을 쉽고 아름다운 한복책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우 작가는 국가유산청, 디즈니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담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제 그림을 통해 외국인들이 한복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며 “전통과 현대, 동과 서를 결합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의 고유한 멋과 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재벌家 친구, 돈 2억 빌려 안갚아”...소송 당한 LG家 맏사위는 누구 - 매일경제
- 서울 33개·제주 20개...광주·경남·세종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이것’ - 매일경제
- “5천원짜리 들고 시작, 100억 한강뷰 자취남으로”... 비가 찾아간 ‘이 남자’ - 매일경제
- 조국 “무통주사 100% 산모 부담…尹, 천공 교시에 따른다고 볼 수밖에” - 매일경제
- “김호중처럼 도주하면 안 걸린다”...음주운전 시인해도 혐의 벗다니 ‘분노’ - 매일경제
- “뭘 원해, 다 해줄게”…돈 없는 1020세대에 목숨 건 카드업계, 왜? - 매일경제
- “절친 때문에 손가락 대부분 절단했다”…동남아서 탄 버기카 악몽, 소송으로 [어쩌다 세상이]
- 아버지 빚 갚아준 박세리, ‘증여세’ 최소 50억 폭탄 맞을 수 있다? - 매일경제
- “국가 석학도 중국으로, 이게 이공계 현실”...고등과학원 부원장, 정년후 中서 연구 - 매일경제
- 양민혁 프로축구 3달 만에 K리그 시장가치 6위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