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에겐 인기… “훈장 20만원에 팝니다” 중고거래 등장

옥조근정훈장은 공적을 세운 공무원들에게 주는 훈장이다. /SNS

지난 4월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훈장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옥조근정훈장’을 20만원에 판다는 글이었다. 작성자는 “서울 종로구 동묘 벼룩시장에서 만나 직거래하자”고 썼다. 옥조근정훈장은 공적을 세운 공무원들에게 주는 훈장이다. 국가가 수여한 훈장이 보통 중고품처럼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사례 6건을 찾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3일 밝혔다. 상훈법에 따르면 국가가 수여한 훈장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국민훈장 동백장’ ‘녹조근정훈장’ ‘옥조근정훈장’ 등이 6만~20만원에 판매됐다고 한다.

국민훈장은 문화·학술 등 분야 유공자에게 수여한다. 동백장은 국민훈장 중 셋째 등급으로 신격호 전 롯데 회장과 정주영 전 현대 회장, 테너 임형주 등이 받았다. 녹조근정훈장과 옥조근정훈장은 공무원에게 주는 훈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훈장은 수가 적어 수집가들에게 인기”라며 “사는 사람도 주로 골동품 수집가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집가 정모(73)씨는 “가슴에 매다는 훈장은 (표창과 달리) 이름이 안 적혀 있어 시장 등에서 조용히 사고팔면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경찰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추적해 훈장을 사고판 사람을 찾아낼 계획이다. 상훈법에 따르면 훈장을 사고판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2019년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수여하는 ‘헌혈 유공장’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공장은 훈장과 달리 적십자사가 헌혈 횟수에 따라 수여한다. 당시에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과시용으로 사는 사람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