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포도가 사라진다…매년 축구장 1200개 크기 과일산지 증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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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지니 병충해가 많아지고, 그만큼 약도 많이 쳐야 돼요.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품은 더 들어갑니다. 온난화 현상 때문에 농사 짓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요."
한반도 아열대화 속도가 빨라지며 사과·배·포도를 비롯한 온대과일 재배 면적이 급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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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군위군에서 40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이정포씨는 매년 달라지는 기후 변화가 야속하다. 이씨는 “날이 더우면 사과 색깔이 잘 안나는데, 탄저병이나 해충 피해도 더 커져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 큰일”이라고 했다.
한반도 아열대화 속도가 빨라지며 사과·배·포도를 비롯한 온대과일 재배 면적이 급감하고 있다. 국민 소비가 많은 농산물 공급이 직격탄을 맞으며 푸드플레이션(먹거리에서 촉발된 물가 상승) 경고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매일경제가 농림축산식품부·통계청 노지과실 재배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대 온대과일(사과·배·포도) 재배면적은 1993년 8만297ha(헥타르·1ha는 1만㎡)에서 지난해 5만4555ha로 32.1% 급감했다. 30년동안 매년 평균 축구장 1226개 크기의 온대과일 산지가 사라진 셈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직접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0년대 섭씨 12.1도였던 국내 평균 기온은 2020년대 들어 13.1도로 상승했고, 평균 최고 기온도 1970년대 17.7도에서 2020년대 18.6도로 올랐다. 올해도 이달 전국 각지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들며 곳곳에서 6월 최고기온을 경신하며 올 여름철 폭염을 예고했다. 농촌진흥청은 현 수준의 변화가 계속되면 2030년 국내 사과 재배 면적은 30년전보다 6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따라 사과 재배지가 점점 올라가면서 생산량이 줄 수밖에 없고, 어느 시점이 되면 결국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종자 개발을 포함해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발 푸드플레이션은 소비 행태마저 뒤흔들고 있다. 국산 과일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작은 수입 과일을 찾거나 소용량 과일·채소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들어 20일까지 수입 과일 매출 증가율은 30%로, 국산 과일 매출 증가율(15%)의 두 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조각 과일과 소용량 채소 매출도 각각 20% 늘었다.
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수급 전망 정확도를 높이면서 특정 품목에 대해 비축을 통해 가격 안정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쌀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자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과는 그렇지 않다”며 “검역을 완화해 수입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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