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날아든 에너지 부메랑 [김형준의 메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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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매년 37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체 배출량의 무려 70%에 달하는 양인데, 그중 130억톤가량은 발전 부문에서 발생한다.
화력발전은 물을 끓여 발생시킨 증기로 터빈을 돌린 후 증기를 냉각시켜 다시 물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발전 부문에서 냉각수로 이용하는 물의 양은 전 세계 연간 담수 이용의 10%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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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인류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매년 37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체 배출량의 무려 70%에 달하는 양인데, 그중 130억톤가량은 발전 부문에서 발생한다. 신재생 에너지로의 빠른 전환과 보다 넓은 분야에서의 전기화가 기후변화 완화에서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2만7000테라와트시(TWh)의 전기가 생산된다. 70% 이상은 석탄, 천연가스, 석유, 원자력과 같이 열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화력발전 방식을 이용한다. 화력발전은 물을 끓여 발생시킨 증기로 터빈을 돌린 후 증기를 냉각시켜 다시 물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친다. 냉각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데, 취수된 냉각수를 사용한 후 다시 취수원으로 방류하는 ‘일회 냉각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 즉, 막대한 양의 물을 끊임없이 공급해야 한다. 이처럼 발전 부문에서 냉각수로 이용하는 물의 양은 전 세계 연간 담수 이용의 10%에 가깝다.
전기를 생산하며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가속시킨다. 이는 부메랑이 되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에너지 공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기온 상승은 발전소의 냉각 효율을 떨어뜨린다. 증기와 냉각수의 온도 차이가 작아지는 만큼 더 많은 냉각수가 필요해진다. 고온의 방류수, 즉 온배수는 주변 수생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수생 생물은 1~2도의 수온 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어떤 지역의 화력발전소 온배수는 원래 수온보다 무려 10도 이상 높기도 하다. 그 지역의 수생 생태계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궤멸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이와 같은 온배수에 의한 ‘열 오염’에 대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대개 온도 상승치가 최대 4도를 넘지 않게 한다. 폭염이 닥치면 강물의 온도가 올라 가열된 냉각수를 방류할 수 없게 되고 발전소는 가동을 멈추게 된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온난화 진행과 함께 더 강해지고 더 자주 발생하게 될 폭염은 에너지 공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물을 퍼 올리는데 이용되는 전기는 전체 사용량의 7%에 달한다. 역설적이게도 물을 이용하기 위해 물을 사용하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전체 물 이용의 절반 가량을 지하수에 의존한다. 특히 센트럴밸리에 자리한 광대한 농장들은 관개를 위해 오랫동안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이용해 왔다. 게다가 2000년대에 들어 수차례 발생한 ‘메가가뭄’(mega-drought)은 농업 생산의 지하수 의존도를 더욱 높였다. 이처럼 제한된 수자원의 편중된 이용은 발전 냉각수 확보에 악영향을 주었고 결국 수력과 원자력 발전의 감소로 이어졌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물 문제는 캘리포니아의 주요한 미래 위협 중 하나로 대두되었다. 수많은 연구와 매체를 통해 조망되었고 주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대응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그 결과, 2014년 9월에는 지속가능 지하수관리법이 제정되었고 지하수 양수 또한 지속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미항공우주국의 그레이스 위성은 우주로부터 지구 중력 변화를 감지해 지하수 변화를 관측하는데, 인공위성이 발사된 2002년 이래 오늘날까지 캘리포니아의 지하수 수위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기후변화 위협에 대해 전 세계가 공감하고 함께 대응해 나아가기 시작했음에도 속절없이 상승하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바라보자니 불현듯 기시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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