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출산율 반토막 날 때 한국은 8분의 1토막 났다

손지민 기자 2024. 6. 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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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0년 새 OECD 출산율 3.34→1.51명
한국 6→0.78명…셋째 이상 출생아 비율 ‘꼴찌’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이 최근 60년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이시디는 장기적인 사회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조언했는데, 전문가들은 최근 밝힌 정부의 저출산종합대책에는 이같은 대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출산율은 최하, 출산 평균연령은 최고

23일 오이시디의 ‘한눈에 보는 사회 2024’ 보고서를 보면,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960년 3.34명에서 2022년 1.51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역대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로, 2.1명을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으로 친다.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저출생 추세가 가장 안 좋았다. 2022년 기준 스페인(1.16명), 이탈리아(1.24명), 폴란드(1.26명), 일본(1.26명) 등도 평균보다 낮았지만, 한국(0.78명)만 유일하게 1명 미만이었다. 1960년 6.0명이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출생아 중 첫째 아이의 비율(57.0%)도 가장 높았다. 반면 셋째 이상의 비율은 8.3%로 최저였으며 10%가 넘지 않는 유일한 나라였다. 회원국 평균은 첫째 비율은 44.7%, 셋째 이상의 비율은 19.6%였다.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자녀를 여러명 낳지 않는 경향을 보여준다. 일본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를 이 경향이 보여준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1975년생 여성 기준으로 평생 자녀를 갖지 않은 비율은 일본이 28.3%로 한국(12.9%)보다 10%포인트 넘게 높지만, 일본은 아이를 낳을 경우 둘째, 셋째를 낳을 가능성이 한국보다 커 출산율은 더 높았다.

출산 여성의 평균 연령도 한국이 가장 높았다. 회원국 평균 출산 연령은 1980년 27.0살에서 2022년 30.9살로 40년간 4살이 많아졌는데, 한국은 2000년 29.0살에서 2022년 33.5살로 20년 사이 4살 넘게 높아졌다. 한국 다음으로는 아일랜드(33.1살), 스페인(32.6살) 등이 평균 출산 연령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성평등 해결해야”

보고서는 주거비용 및 경제적 부담 증가, 가치관 변화, 여성의 일과 돌봄 이중부담 등 복합 요인이 저출생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특히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의 어려움 등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 비율은 회원국 평균 2006년 45%에서 2022년 50%로 늘었다. 한국은 20대의 81%(2022년 기준)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보고서는 “유아 교육·양육비용 등 전반적인 가족 지원 규모를 늘렸음에도 한국은 합계출산율의 하락 추세를 막지 못 했다”며 “장시간 노동 등 일과 가정 생활을 조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성 역할 개념 변화, 높은 사교육비, 노동시장 이중구조, 유급 출산·육아휴가를 쓰기 어려운 환경 등을 함께 지목했다. 보고서는 또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성평등을 강조하며 “출산율을 우려하는 국가의 최선책은 성평등을 촉진하고, 일과 육아의 공정한 수행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출생률 제고를 위해 정부 정책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단 분석도 담겼다. 보고서는 “공공정책은 단독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노동시장 제도 및 직장 문화 등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정책이든 장기적인 효과를 가지려면 사람들이 그 정책이 미래에도 시행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일시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정책 효과도 단기에 그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도 오이시디 보고서에 담긴 관점이 정부 정책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부는 출산·육아휴직 확대 등을 담은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장시간 노동 개선, 성평등 추진, 사교육비 완화 등 사회구조적인 개혁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겨레에 “오이시디 보고서는 정책·제도적 변화뿐 아니라 노동시장 등 사회구조의 변화를 균형있게 추구해야 저출생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 정책은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지금의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일·가정양립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이시디 보고서의 방향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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