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회사지배구조법, `횡령` 막을 방법이다

2024. 6. 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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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용 한국금융연구원 교수·전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2019년에 발생한 7조원대 규모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초 20조원대 규모의 홍콩 H지수 ELS(주식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가 또다시 발생했다.

A 은행에선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총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원을 횡령하는 금전사고가 발생했다. B 은행은 구조화금융부에서 장기근무하던 부서장이 2006년 12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4년간 총 5258억원을, 투자금융부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5년간 총 2988억원을 각각 횡령하는 금전사고를 일으켰다.

저축은행에서는 PF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여 대출금을 빼돌리거나 뒷돈을 받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였다. C 카드사는 마케팅팀 직원이 협력업체 대표와 짜고 카드발급 수수료 105억원 중 66억원을 빼돌렸다.

보험업계에선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연 평균 14.5건, 88억50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보험회사 직원 또는 보험설계사가 보험료나 보험계약대출금 등을 횡령 또는 유용하는 소액 금전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회사의 금융사고 발생 규모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기간 중 평균 7.8건·143억원에서 2023년 14건·668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유형도 사금융 알선, 사문서 위조, 고객자금 사적편취, 횡령 등 다양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권 전반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장치인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에 대한 의문점과 함께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산업의 기반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또한, 금융사고를 일으킨 개별 위법행위자를 제재·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금융회사 차원에서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었다. 특히, 개인 또는 일부의 일탈행위가 금융회사 손실 및 금융소비자 피해와 함께 금융권 전반의 신뢰 하락을 초래한 만큼, "내부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회사나 임원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및 금융협회 등은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지난 2022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TF 운영을 통해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하였다.

해당 TF에서는 내부통제 제도의 운영 실태, 입법 취지 구현을 위한 바람직한 규율 방식, 실효성 확보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 및 논의했다. 2022년 10월 4일 '은행·중소서민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를, 2022년 11월 4일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각각 발표하였다. 이어 2023년 6월 22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추가로 발표하였고, 해당 개선방안의 입법화를 추진하여 2023년 12월 8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4년 7월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고위 경영진별로 책무구조 체계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내부통제에 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불완전 판매나 거액의 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탈행위를 한 당사자와 일부 관리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부과하였다. 따라서 직접 관여하지 않은 금융회사 대표이사나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금융회사는 고위 경영진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고위 경영진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 기준의 적정성, 기준 준수 여부 및 기준의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대표이사에게 기존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에 더하여 관리 의무가 추가된 것이다. 물론, 대표이사 등 고위경영진이 평소에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설령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역할도 명확히 하였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심의·의결 사항 추가, 이사회내 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등 상법 상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의무가 구체화되었다.

이번 내부통제 제도 개선은 금융감독당국의 획일적인 규율이 아닌, 금융회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과 경영여건에 맞게 내부통제시스템을 스스로 구축·운영하도록 하는 동시에, 고위 경영진 개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정함으로써 내부통제에 대한 고위 경영진들의 관심과 책임감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아무튼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시행으로 거액의 금융사고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굳건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재구축되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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