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롯데서 탄생한 30도루' 황성빈 "팬들의 응원가, 감동"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황성빈(26·롯데 자이언츠)이 방송 인터뷰를 시작하자 롯데 팬들이 다가왔다.
그물을 사이에 두고 롯데 팬들은 '황성빈 응원가'를 불렀고, 황성빈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올 시즌에 자주 벌어진 장면이지만, 그때마다 황성빈은 진한 감동에 빠진다.
23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도루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0-2 승리를 견인한 황성빈은 '승리의 주역'으로 꼽혔고, 방송 인터뷰를 했다.
세 차례나 팬들을 향해 하트를 그린 황성빈은 "팬들이 내 응원가를 불러줄 때마다 감동한다"며 "야구 선수로 뛰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성빈은 올 시즌 롯데뿐 아니라, 10개 구단 전체가 주목하는 '히트 상품'이다.
경남대를 졸업하고 2020년 롯데에 2차 5라운드 44순위로 지명받은 황성빈은 2022년 1군 데뷔에 성공했지만, 지난해까지는 '백업 선수'로 분류됐다.
올해는 23일까지 타율 0.354(161타수 57안타), 4홈런, 13타점, 48득점, 30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이날도 가장 빛난 선수는 황성빈이었다.
3회 중전 안타로 출루한 황성빈은 곧바로 2루를 훔쳐 시즌 30도루를 채웠다.
올 시즌 30도루 이상을 성공한 건, 두산 베어스 조수행(23일 더블헤더 1차전까지 37개)과 황성빈 단 두 명뿐이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에 도루 30개 이상을 성공한 선수는 2016년 손아섭(42개·현 NC 다이노스) 이후 8년 만에 나왔다.
롯데 팬들이 황성빈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황성빈은 "대졸 출신인 조수행 선배와 도루 경쟁을 하는 게 더 기분 좋다. 고교 졸업할 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4년 더 노력해 프로에 와서 타이틀 경쟁을 펼치는 걸 더 의미 있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높은 도루 성공률(90.1%)을 유지하며 30도루를 채운 것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도루 개수만 늘리는 게 아닌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도루를 성공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황성빈의 발이 올 시즌에 더 빛나는 건 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율 0.212에 그쳤던 황성빈은 올해에는 타율 0.350을 넘나든다.
황성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을 배트에 맞히는 데 급급했다. '내야 안타라도 만들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임훈 타격코치님이 내 생각을 완전히 고쳐놓으셨다. 코치님이 내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고, 이제 나는 공을 때리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5회에 황성빈은 공을 우중간으로 보냈다.
강한 타구가 외야를 갈랐고, 황성빈의 빠른 발과 만나 '3루타'가 됐다.
황성빈은 "그때는 공을 치자마자, '이건 3루타'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그는 "홈플레이트 가까운 쪽 배터 박스에 서면서 바깥쪽 공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며 "멀게 보이는 공에는 되도록 배트를 내밀지 않으려고 한다. 배터 박스 중앙에 섰을 때는 내 눈에 멀게 보이는 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어서, 바깥쪽 공에 자꾸 배트가 나갔는데 이제는 그런 유혹을 참고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황성빈은 "임훈 코치님이 '투수들이 네게 어렵게 승부하겠나. 바깥쪽 꽉 찬 스트라이크는 잘 던지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 것도 도움이 됐다"며 "코치님 MBTI(성격유형 검사)가 T(사고형)여서, 냉정한 말씀을 하신다. 나도 T여서 상처받지 않는다"라고 웃기도 했다.
다시 '대졸 선수'를 화두에 올린 황성빈은 "고교 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4년을 투자한다고 해서 내가 프로에서 통하는 선수가 될까'라고 의심한다"며 "그런 고민의 시간을 보낸 대졸 선수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학에서 성장해 프로 입단에 성공하고, 힘겨운 시간을 더 버텨 1군에서도 주목받는 선수가 된 황성빈은 악착같은 플레이로, '대졸 선수'를 바라보는 프로구단의 시선을 바꾸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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