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에 물려간 반려견 실종사건…멧돼지 사냥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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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 사냥개 4마리를 거느린 유해조수 포획단이 아차산에서 멧돼지 포획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주민들은 반려견 실종 사건의 진실 못잖게 대낮 대도시 주변 산에서 사냥개와 엽총을 동원한 멧돼지 사냥이 이뤄져왔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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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전 문제부터 동물권 고민까지 논란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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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아치울 마을 텃밭에서 만난 최아무개(64)씨가 ‘여기도 멧돼지가 나오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산자락을 가리켰다. “그놈들은 사람 사는 데까지는 잘 안 와. 사람들이 그놈들 사는 데로 들어가니 말썽이 생기지.” 최씨가 가리킨 방향으로 산길을 따라 오르니 마을과 산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졌다. 산길 양옆으로 옥수수, 호박 따위를 기르는 텃밭이 이어졌다. 밭 둘레에는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으려는 용도인 듯, 그물과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울타리가 보였다.
지난 5월4일 정오쯤 이곳 아차산 시루봉 인근에서는 반려견(레이클랜드테리어)과 함께 산책하던 ㄱ(78)씨가 대형견의 습격을 받았다. ㄱ씨는 놀라 넘어졌고, 반려견은 물려 갔다. 실종 나흘 뒤 반려견은 사체로 발견됐다. 사건 당일 사냥개 4마리를 거느린 유해조수 포획단이 아차산에서 멧돼지 포획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ㄱ씨 가족은 사냥개가 반려견을 공격한 것으로 의심했으나 구리시는 연관성을 부인했다.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났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반려견 실종 사건의 진실 못잖게 대낮 대도시 주변 산에서 사냥개와 엽총을 동원한 멧돼지 사냥이 이뤄져왔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고 있다. 특히 멧돼지 사냥이 있었음에도 주변에 아무런 공지가 이뤄지지 않은 점, 사냥개 4마리에 부착된 위치추적기(GPS)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은 점이 불안을 키웠다. 구리시 누리집에는 사건이 알려진 5월부터 최근까지 100개가 넘는 항의글이 올라왔다.
수도권 대도시 주변에서 엽사와 사냥개가 동원된 멧돼지 포획활동이 시작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멧돼지 마릿수가 급속하게 늘어난 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대낮 도심에서 멧돼지가 목격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결국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사냥꾼들에게 멧돼지 사냥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시민 안전과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진전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최근 구리시에 “사냥개를 활용한 비윤리적인 멧돼지 사냥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한 신동화 구리시의원은 “농가 등에서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시에서는 윤리적인 고민이나 안전 문제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사냥꾼들에게 사냥 허가를 내줘왔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적 발상 아니냐”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간과 멧돼지의 분리 공존을 모색하는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물도 나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9월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로 멧돼지 서식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멧돼지의 서식 습관과 이동 경로를 과학적으로 확인해 인간과 멧돼지가 서로 만나거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정책 제안이었다.
국외에서도 동물 윤리와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홍콩은 2017년까지 우리처럼 총기로 멧돼지를 사냥했지만, 이후 암컷 멧돼지를 포획해 불임 시술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다만 2021년 멧돼지가 경찰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로는 홍콩도 살처분을 재개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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