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부터 `韓 포위`… 한 "수평적 당정관계" vs 나·원 "당정 동행"

한기호 2024. 6.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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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부터 1시간 간격 회견
韓 출마 관심 분산 견제구 해석
'채상병 특검법' 놓고 이견 표출
한, 尹과 '건강한 긴장관계' 시사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인천 계양을 후보였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의원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출마 선언 일정을 소화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4파전이 예고된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빅 3' 주자의 출마 선언부터 날카로운 대립각이 형성됐다. 친한(親한동훈)·반한(反韓) 대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각각 23일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3시 국회 소통관에서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한 전 위원장 측이 18일 '23일 출마선언'을 예고한 상황에서 21일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같은 날짜로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결국 불과 1시간씩 걸러 한 전 위원장을 '에워싸는'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 출마선언의 파급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견제구라는 얘기가 나왔다.

출마 메시지에서 입장차가 확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수평적 당정관계'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사한 반면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은 윤 정부와의 동행과 윤 정부 성공의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사실상 친윤과 비윤으로 갈린 것이다.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은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친윤계의 지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 당일 이들은 당정관계와 특검법 현안을 놓고 시각차를 보였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참패를 자신의 책임으로 재확인하면서도 "지난 두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는데 우린 국민의 요구에 묵묵부답, 오히려 퇴보했다"며 '마치 갈라파고스에 사는 사람들, 이긴 사람들처럼 행동한다'는 세간의 비판으로 운을 뗐다.

그는 "총선 내내 진심을 다해 외친,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 만들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시사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뭉쳤던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유권자들의 연합을 복원하자"고 촉구했다. '정치인보다 전략적이고 절박한' 지지자들을 위한 풀뿌리 정치 시스템 구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선수(야당)가 심판(특검)을 고르는' 격이라며 비판하면서 여당의 특검법을 내겠다고 치고 나갔다. 특검법 반대에 급급했던 여권의 입장을 사실상 뒤집겠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엔 특검 사안이 아니라며 국회 추천 특별감찰관, 대통령 2부속실 설치를 대안으로 들었다. 반면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본 뒤 특검을 논의'하자는 기존 당론을 고수했다.

나 의원은 "당정동행"과 "민심"을 강조하면서도 범(汎)주류의 입장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했다. 자신의 강점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 시절 "정권교체 초석을 다졌다"며 "보수재집권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차기 대권 포기를 선언하며 "당대표는 묵묵히 대권주자를 빛나게 해야한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또 "승리는 말이 아닌 결과로 입증하는 것"이라며 서울 동작을 5선 생환을 내세웠다.

특히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과 "책임지지 않는, 염치없는, 미숙한 정치"를 언급하며 '신인 한동훈'을 겨눴다. '분열' 우려도 제기했다. 또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아울러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 설 수 없는' 원외인사라며 한계점을 들었다. 한 전 위원장은 "'방탄·강행·보이콧' 단어를 휘두르며 좁은 여의도 안에서 싸울 일이 아니다"며 "우리의 싸움은 더 넓은 무대에서 더 치열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응수했다.

나 의원이 '한동훈 저격수'를 자임하는 사이 원 전 장관은 "이러다가 다 죽는다"며 윤심(尹心) 후보로서의 안정감을 내세웠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한다"며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 당심과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없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선대본 정책본부장, 인수위 기획위원장, 국토부 장관 이력을 강조했다.

총선 낙선을 지적한 나 의원에 대해선 "우리 당 계열에서 당선된 적 없는 제주도나 인천에 출마해보시고 얘기해달라"고 받아쳤다. 이날 한 전 위원장이 가장 긴 출마선언에 이어 25분 가량 취재진과 문답을 하는 사이, 소통관 앞에 원 전 장관이 도착하자 양측의 팬덤 간 기세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다.

지난 21일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에서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험지에서 내리 5선을 한 경륜"으로 경쟁력을 내세웠다. 또 '수직적 당정관계'와 '특정인(한 전 위원장) 눈치'를 동시 비판했다. 이날 SNS를 통해선 "한동훈·원희룡·나경원 세 분은 다른 일을 맡으라"며 '당권 대신 대권 도전'을 요구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 측에선 진종오 의원이 청년최고위원, 장동혁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를 예고해 대세론 형성을 이어간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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