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전당대회, ‘윤심’ 아닌 ‘민심’ 따르는 여당 대표 돼야

한겨레 2024. 6.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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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가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윤상현 의원이 지난 21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23일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시간 간격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총선 참패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민심을 전달하지 못한 채 '출장소' 구실에 머물렀던 무기력한 여당에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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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4파전 구도로 짜였다. 왼쪽부터 이날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가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윤상현 의원이 지난 21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23일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시간 간격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총선의 괴멸적 참패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약속보다는, ‘윤심’을 거스르지 않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대표 후보를 향한 가장 큰 관심은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인지로 모인다. 총선 참패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민심을 전달하지 못한 채 ‘출장소’ 구실에 머물렀던 무기력한 여당에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후보들은 출마 선언에서도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내세울 뿐, 당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나 의원은 “당정 동행”을 강조했고, 원 전 장관은 “신뢰가 있어야 당정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며 자신이 ‘친윤’ 후보라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데다, 당대표 선거에 당원 투표 비중이 80% 반영되는 만큼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앞서 “대통령에게 각 세우면 진짜 ‘폭망’한다”(나경원)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원희룡)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유일하게 “수평적 당정 관계”를 강조한 한 전 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불화설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국민적 요구가 거센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태도 역시 국민의힘이 총선 민의를 수용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제3자가 특검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나 의원은 이에 대해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며 비판했고, 원 전 장관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출마 선언을 한 세 후보 모두 김건희 특검법에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 취임 2년도 안 된 시점에 치러진 총선에서 대패한 것은 민생·안보 위기엔 무능하면서 오로지 ‘윤심’만 추종한 탓이 컸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당 대표 후보들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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