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쓴 소녀, 자본주의 세상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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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의 트렁크가 연상되는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 속 교정기를 낀 소녀.
화려한 보석과 선글라스로 좁은 캔버스가 터질 만큼 무한한 욕망을 뽐내던 소녀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림 속에서 주인공인 교정기 낀 소녀가 더 넓은 우주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조심스럽게 세상에 말을 내디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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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길이의 대작 '이터널 골든'
中 선양 전시후 국내서 첫 공개
컬렉터 인기작 '트렁크' 등 선봬
루이비통의 트렁크가 연상되는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 속 교정기를 낀 소녀. 화려한 보석과 선글라스로 좁은 캔버스가 터질 만큼 무한한 욕망을 뽐내던 소녀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욕망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에 아직 안경은 벗지 못했지만 다소곳이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우주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관찰하고 탐험한다. 소녀의 세계는 넓어졌고 욕망은 간절함으로 변했다.
작가 김지희가 최근 중국 선양 K11 미술관의 개인전을 마무리하고 1년여 만에 국내 관람객을 만났다. 서울 성북구 뮤지엄 웨이브에서 열리는 개인전 ‘신성(DIVINITY)’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중국에서 공개한 10m 길이의 대작 ‘이터널 골든(Eternal Golden)’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2008년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에 ‘교정기 낀 소녀’를 증명사진처럼 그려 넣은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를 선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한 김지희는 서울을 비롯해 뉴욕, 런던, 쾰른, 도쿄, 베이징, 홍콩, 두바이 등 전세계 주요 갤러리 및 미술관에서 300회의 전시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특히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은데 올해 열린 중국 선양 K11 미술관 전시에는 약 1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터널 골든’은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전통 재료인 장지에 세필로 채색하는 섬세한 방식으로 4년 여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그간 작가는 대개 캔버스 안에 상징적 캐릭터인 ‘교정기 낀 소녀’와 동물들을 화면 가득 그리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림 속에서 주인공인 교정기 낀 소녀가 더 넓은 우주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조심스럽게 세상에 말을 내디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삶의 유한함을 하루에 빗대어 새벽부터 밤까지의 시간성 속에 욕망하고 모험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2~4관에서는 ‘이터널 골든’에서 만나본 소녀가 고려시대 황후들이 쓸 법한 화려하게 치장된 커다란 왕관을 쓰고 자신의 욕망을 뽐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낱개의 보석으로 빛나던 욕망은 더 웅장해졌다. 하지만 소녀의 선글라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소녀의 모습이 다소 허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글라스 속에는 네온사인과 빌딩으로 뒤덮힌 현재 서울의 모습이 보인다. 과거 욕망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황후가 세상의 모든 욕망이 자본주의라는 네 글자로 집약돼 모여 있는 서울을 바라보는 모습은 지금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그 착각을 실제인 것처럼 소셜미디어(SNS)에 보여주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뮤지엄 웨이브의 특성을 살린 신작을 선보이는데, 이 작품 속 소녀는 비스듬하게 앉아 돌탑을 쌓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신정희 안단태 디자인 대표는 전시 추천사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내재된 욕망을 돌탑을 쌓으며 신성함에 가까운 간절함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3관에서는 국내외 컬렉터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트렁크 시리즈’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트렁크쇼’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교정기 낀 소녀, 부엉이뿐 아니라 판다·호랑이 등 다양한 이미지가 담긴 트렁크 작품이 공개된다. 작가의 최초 디지털 작품인 ‘돌과 신성’도 전시된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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