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반대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실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검토 방침에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베트남 방문 중 “(그럴 경우) 러시아도 한국 지도부가 좋아하지 않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전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북·러 군사동맹 부활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하자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한다. 공격용 무기에 앞서 ‘방어용’ 지대공 무기를 우선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벌이는 ‘강 대 강’ 대치 상대에 러시아까지 추가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 언행은 전형적인 강대국의 ‘강압’ 논리다. 한·러관계를 중시한다면서도 한국에 위협적인 북·러 군사동맹을 맺고는 이렇게 협박성 발언까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이에 대해 엄중하고 단호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필요했다고 본다.
다만, 그 대응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반대한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간접 지원을 해왔다. 155㎜ 포탄만 100만발 넘게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간접 지원도 전쟁 장기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무고한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 전쟁에 쓰이는 무기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 체결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됐지만, 아직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러시아는 북한에 핵무기 등 기술 지원을 하지 않았다. 향후 상황은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도 달려 있다.
전 세계에 신냉전적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고 전쟁이 벌어지는 분위기에서 한국만 자유롭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적을 만드는 것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정부의 접근은 적을 늘려온 과정이었다. 정부는 결과적으로 한·러 우호관계 30년 역사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지난해 7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선언에 맞서 북·러가 전격 관계 복원에 나선 뒤 대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북·러가 군사동맹 부활로 치닫는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더 많은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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