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잔액 25兆 '책임준공 신탁'…건설 불황에 '약한고리'로 전락

선한결/이유정/심은지 2024. 6. 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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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신탁)을 비롯한 부동산 신탁 상품의 건전성 규정을 확 끌어올린다.

사업이 제때 완공되지 못할수록 사업장의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반영해 신탁사가 적절하게 우발 채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신탁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대해 책준형 신탁의 반영 기준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가 발효되면 신탁사는 수년간은 책준형 개발신탁 사업을 새로 수주하거나 확장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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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 총량 규제
25兆는 신탁사 자기자본의 4.5배
"준공 끝까지 책임" 확약했지만
고금리·공사비에 사업장 '스톱'
시공사 부실, 신탁사로 전이 우려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 검토
중소건설사 자금줄 막힐 우려
정부, PF 진정되면 도입한다지만
"건전성 강화 땐 사업연기 속출"

정부가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신탁)을 비롯한 부동산 신탁 상품의 건전성 규정을 확 끌어올린다. 사업이 제때 완공되지 못할수록 사업장의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반영해 신탁사가 적절하게 우발 채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사 늦을수록 위험성 높게 반영”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신탁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대해 책준형 신탁의 반영 기준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신탁사의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책준형 신탁 리스크는 분모인 총위험액의 구성 항목인 신용위험액에 반영된다. 책준형 신탁 규모의 15%를 손해배상 위험액으로 일괄 반영하는 식이다. 당국은 이를 사업장별 실공정률, 당초 계획 대비 공정률 격차 등을 반영해 위험값을 차등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공기가 늦어져 손해배상 가능성이 높아진 사업장은 신용위험액을 더 많이 반영한다. 신탁사가 고유계정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이미 이 같은 방식을 적용받고 있다.

신탁 사업 총량 규제도 도입한다. 책준형 신탁과 차입형 신탁의 총 수탁 한도를 장기적으로 신탁사 자기자본의 100%까지로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수주 규모를 고려해 제도 시행 초기엔 자기자본 대비 비중을 200% 안팎으로 잡고, 이후 3년여간 제한폭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책준형 신탁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시기 관련 가이드라인도 내놓는다. 책준형 신탁의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 신탁업계와 금융사 등 대주단 간의 해석이 엇갈리는 사업장이 최근 속출해서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특약 조항상 신탁사들의 책준형 신탁 손해배상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내용을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25조로 불었는데 ‘관리 사각지대’

책준형 신탁은 부동산 호황기 초입이던 2016년 도입됐다. 14개 신탁사의 책준형 PF 총잔액은 작년 말 기준 24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간엔 부실 사례가 없었기에 다른 신탁 상품에 비해 느슨한 건전성 규정을 적용받았다. 신탁사가 직접 사업자금을 대는 차입형 사업에 비해 자금 부담은 덜하고, 일반 관리형 신탁보다 수익성은 높아 최근 수년간 규모가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말 8조4000억원이던 책준형 토지신탁 규모는 작년 3분기 17조1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신탁사의 자기자본 대비 책준형 신탁계정대 비중은 2020~2022년 2% 미만에서 작년 말엔 13.6%로 불어났다. 신탁계정대는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하는 등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신탁사가 사업 정상화 예비 자금 격으로 신탁계정에 대여한 금액을 뜻한다. 변제 순위에선 본PF보다 후순위 처리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중 81%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단계다.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중소 지방 부동산 공급 끊길 수도”

이번 조치가 발효되면 신탁사는 수년간은 책준형 개발신탁 사업을 새로 수주하거나 확장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자기자본 대비 사업 규모가 커서 있는 사업을 정리하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견·중소 건설사 사업장은 자금 마련이 크게 어려워져 주택 공급 일정이 줄줄이 미뤄질 수 있어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지방 시장은 미분양이 늘고 있어 신규 사업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건전성이 강화되면 사업을 연기하는 곳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이유정/심은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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