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도전 초읽기 들어간 이재명의 숙제는?
사법 리스크·일극 체제·높은 비호감도 극복 과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대표직 연임 도전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공개 일정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 대표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는 여전히 연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주변 의견을 듣고 있다”며 “연임 도전을 위한 사퇴 시점도 당연히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이 대표 사퇴로 인한 대표 궐위 상태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 대표가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되기 전인 24일 또는 26일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직을 연임한 인사는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 대표의 연임 도전은 이례적이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의미다.
우선 여권의 ‘사법 리스크’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되며 4개 사건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선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단장 민형배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은 싸울 때도 민주적으로 싸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상대가 검찰 독재일 땐 일단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일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CBS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최근 논란이 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강민구 최고위원) 발언을 두고 “이 대표도 불편해했다”며 “국민이 공감하지 못할 표현을 쓰지 않도록 말려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호흡을 맞출 최고위원과 시·도당위원장이 친이재명(친명)계 일색으로 채워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일부 시·도당위원장 출마 예정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주권 의지는 날로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 정치도 대개혁과 대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견에 참석한 인사 상당수는 친명계 색채가 짙은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이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직언할 수 있는 지도부가 꾸려져야 한다”며 “지금 분위기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86세대 운동권 출신 5선 이인영 의원의 대표 출마설이 거론된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최소한의 견제는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 의원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실제 출마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고 말했다.
높은 비호감도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력 대선 후보 6명의 호감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36%),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35%)에 이어 33%를 기록했다. 비호감도는 58%로 나타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동률이었다. 조 대표는 54%, 오 시장은 50%를 각각 기록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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