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졌던 공 기사회생’ 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큰 행운, 최경주 프로님 생각났다”

김경호 기자 2024. 6.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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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가 23일 충안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제66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3타차 우승을 거둔 뒤 트로피를 번쩍 치켜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13번홀에서 너무 큰 행운이 따랐다. 공이 물에 빠졌다가 살아왔는데, 순간 최경주 프로님의 기적이 생각났다.”

김민규(23)가 정교한 샷과 쇼트게임에 행운까지 누리며 2년 만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 왕좌에 복귀했다.

김민규는 2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대한골프협회(KGA), 아시안투어 공동주최로 열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6타를 치고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 2위 송영한(8언더파 276타)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5년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에 이어 2022년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김민규는 이달 초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2년 만에 우승을 거둔 후 상승세를 몰아 한국오픈 트로피까지 되찾았다.

통산 3승으로 국내 골프대회 최고 우승상금인 5억원과 다음달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제152회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 5년 시드를 거머쥔 김민규는 올시즌 제네시스 대상, 상금 랭킹에서 모두 단숨에 선두로 뛰어올랐다. 대상에서는 3계단 상승했고, 시즌 상금 부문에서는 4계단 뛰어 1위(7억 7228만원)에 올랐다.

선두와 2타차 3위로 출발한 김민규는 8번홀(파5)에서 투온에 이은 이글 성공으로 이 때까지 3타를 줄여 공동선두에 오른 뒤 9번홀(파4)에서 송영한이 더블보기를 범하는 틈을 타 2타차 단독선두로 나섰다. 12번홀(파4) 버디로 3타차로 벌린 김민규는 13번홀(파3)에서 티샷이 물에 빠졌다가 강력한 회전에 의해 물수제비처럼 튀어오르는 ‘기적’으로 파를 지켜 고비를 넘겼고 14번홀(파4) 버디로 4타차까지 달아나 승리를 굳혔다.

이후 보기 1개, 버디 1개를 더하고 여유있게 우승한 김민규는 “이게 꿈인가 싶고, 한국오픈에서 두 번 우승한 선수가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13번홀(228야드)에서는 4번 아이언으로 로우 페이드샷을 치려는게 너무 눌려 맞아 낮게 날아갔는데, 강한 회전으로 물에서 솟구친 것 같다”며 “처음엔 물에 빠진 줄 알았는데, 캐디가 공이 살아 있다고 말해 SK텔레콤 오픈때 최경주 프로님의 행운이 생각났다”고 돌아봤다.

2년 만에 다시 디 오픈에 나가게 된 김민규는 “첫 도전 때는 아쉬움(컷탈락)을 남겼는데, 올해는 나흘 동안 다 치는게 우선 목표”라며 “이번 개최지(로열 트룬)에서는 중학교 때 갤러리를 한 기억이 있는데 잘 쳐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에는 우승이 목표였고, 지난달 우승 땐 2승을 언제 할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대상도 생각하면서 쳐야겠다”며 “대상을 차지하면 미국 진출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1타차 선두로 출발한 송영한은 버디 3개,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김민규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일본투어, 아시안투어에서 각각 1승씩 거둔 송영한은 KPGA 투어 첫 우승을 이루지 못했으나 이 대회 2위까지 주어지는 디 오픈 출전권으로 위안삼았다.

지난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유빈은 이날 6언더파 65타를 치고 전날보다 6계단 뛰어 강경남과 공동 3위(7언더파 277타)로 마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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