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의 3배 … 농산물값 변동성 '최고'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4. 6.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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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發 푸드플레이션
국민 과일 산지는 쪼그라들고
망고·바나나 생산 3년새 3배↑
농산물 공급난 체감물가 비상
한은 "월평균기온 1도 오르면
전체 소비자물가 0.7% 상승"

◆ 기후공습 ◆

23일 경북 청송군의 한 과수원에서 사과 농장 관계자가 고사한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한반도 아열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온대과일 재배 면적이 급감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기후변화로 올해 들어 전체 과수원의 사과나무 10%가 말라 죽었어요. 갈수록 농사짓기가 팍팍해집니다."

경북 청송에서 4만㎡(약 1만2000평) 규모의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윤인섭 씨는 바짝 마른 나무를 볼 때마다 가슴이 탄다. 윤씨는 "지난겨울에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사과나무가 봄이 왔다고 보고 수분을 잔뜩 흡수했는데, 2월에 예상보다 기온이 낮아지자 수분이 얼면서 나무가 잇따라 죽었다"고 토로했다.

한반도가 빠르게 아열대화하며 온대기후에서 자라는 국민 과일 산지가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지만, 한반도 온난화 속도는 더 빠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12~2020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도씩 올랐는데,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빠른 속도다. 표층 수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의 2.6배에 달했다.

한국의 농산물 변동성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다. 한국의 2001~2023년 연간 농산물 가격 변동성(표준편차)은 7.8로 미국,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13개국 가운데 1위다.

극한 폭염·폭우·태풍을 비롯한 이상기후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국토 면적은 좁아 농산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 같은 수입 제한 품목은 공급 창구까지 막혀 기후변화로 인한 수급 충격이 더 심하다.

이런 가운데 국민 소비가 많은 과일 산지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0년(1993~2023년)간 전국 노지 사과 재배 면적은 5만2297㏊에서 3만3789㏊로, 35.4% 줄었다. 이 기간 배(-12.7%), 포도(-34.3%)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속도도 가팔랐다.

반면 국내 아열대 작물 생산량은 최근 3년 새 3배 뛰었다. 매일경제가 농촌진흥청 아열대 작목 재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망고, 파파야, 바나나, 커피를 비롯한 18개 아열대 작물 면적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9년 303㏊에서 2022년 333㏊로 9.9% 증가했다. 불과 3년 새 축구장 43개 넓이의 아열대 작물 생산지가 늘어났다. 아열대 작물 생산도 1만4600t으로 2.6배 불어났다. 다만 절대 생산 면적 자체는 사과·배·포도의 0.6%에 불과해 주력 과일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농산물 생산에서 기후 입김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월간 평균기온이 장기평균(1973~2023년)보다 1도 오르는 경우 1년 후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상기후로 주력 농산물 공급 전선에 이상이 생기면 장바구니 물가 문제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농산물 가격은 전체 소비자물가 내 가중치가 3.8%로 낮지만, 체감물가에 주는 영향은 상당하다. 의식주, 교통, 통신처럼 국민이 빈번하게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에서 사과, 포도,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은 23개 품목이 포함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지표물가와 서민 체감물가 사이에 괴리감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안정이 핵심"이라며 "정부 차원의 수급 관측 능력을 높이고, 스마트팜과 같은 자본 집약적인 농업을 활성화해 공급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과실 공급 면적이 줄어드는 데 따라 설비 투자 지원을 더 강화해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가 생산비용 중 상당 부분이 외국인 인력 고용에 들어가는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생산 단가 인하를 노리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가뭄 대응에 맞춰 있던 저수지·보 관리 체계를 홍수 예방으로 전환해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환경부는 2012~2021년까지 폭우, 폭염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재해 복구 비용은 손실 규모의 2~3배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정환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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