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찾아 대구서 강원도로…유통업체들 신규 재배지 경쟁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6.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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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서울 이마트 영등포점의 식품 매장.

'원플러스원(1+1)' 과일과 할인율을 대폭 올린 특가 신선 식품으로 손님을 잡으려는 직원들 목소리가 활기를 띠었다.

20·30대가 주로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데,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편의점 CU에서 컵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3%, 세븐일레븐에서는 30%, GS25에서는 10%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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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플레이션 대응 비상
값싼 양파·고구마 공급 위해
전국서 거래처 찾기 안간힘
소비자들 수입산 선택 늘어
대형마트 체리·포도·오렌지
올 매출 최고 50% 이상 뛰어

◆ 기후공습 ◆

2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있는 과일·채소 할인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지만 선뜻 카트에 옮기지 않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이마트 영등포점의 식품 매장. '원플러스원(1+1)' 과일과 할인율을 대폭 올린 특가 신선 식품으로 손님을 잡으려는 직원들 목소리가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가격표를 쳐다볼 뿐 선뜻 쇼핑 카트로 옮기지 않고 있었다.

직장인 하지수 씨(35)는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과일조차도 전체적으로 많이 비싸졌다"면서 "이제 맛만 있다면 국산인지 수입인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산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수입산 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체리, 망고, 오렌지, 수입산 포도 매출이 각각 25~53%가량 늘며 신장률 기준으로 3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 수입 과일 증가세는 다른 대형할인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과일값 급등세를 완화하려고 할당관세를 대대적으로 적용한 영향도 있다. 할당관세는 수입 농축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추는 제도다.

기후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사과, 배 같은 국내산 과일보다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수입산 과일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국산 과일 작황이 부진해 수입 과일 매출 상승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잘게 잘라서 판매하는 소용량 과일 매출도 대형마트 3사에서 20% 이상씩 증가했다. 조각 과일은 일반 과일과 비교할 때 동일 무게를 기준으로 10~30% 더 비싸지만, 필요한 만큼만 사서 남기지 않고 먹으려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소포장을 넘어 아예 '컵과일'로 소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20·30대가 주로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데,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편의점 CU에서 컵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3%, 세븐일레븐에서는 30%, GS25에서는 10% 이상 늘어났다.

소용량 과일 소비는 기존에 1·2인 가구 확산에 따라 늘었는데 올 들어선 기후플레이션으로 한층 탄력을 받았다. 주부 김 모씨(51)는 "오이와 파, 양배추 가격이 올라 장보기 빈도를 작년보다 30% 정도 줄였지만, 장을 아주 안 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상해서 버리지 않을 양이 얼마만큼인지 고민해보고 소용량으로 파는 과일과 야채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체는 기후플레이션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 유통업체 대표는 "2분기 고객 방문이 다소 줄어든 반면 인플레이션 폭이 훨씬 커서 매출은 외려 좀 늘었다"며 "이런 식으로는 매출의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들은 신규 재배지 발굴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양파의 신규 산지로 충남 홍성과 경기 안성, 전북 고창을 개발했다. 기존 전남과 경북에서 생산된 양파가 고온과 우천 영향을 받게 되면서다.

마트 3사는 장마와 폭염에 강한 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타이벡 자두 물량을 전년 대비 20~30% 확대 운영한다. 타이벡은 과수 아래에 설치하는 반사 필름으로, 과수에 햇빛을 골고루 받게 하면서도 수분 흡수를 억제한다.

전문가들은 기후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후플레이션은 농축수산물과 외식, 가공식품 물가에 한꺼번에 영향을 준다"며 "기후에 따라 작황을 관리하는 능력을 과학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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