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정의선·최수연 만나 AI 네트워크·보안 협업"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4. 6.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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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로빈스 美 시스코 회장 단독 인터뷰
삼성과 통신 협력 모색
현대차 본사 직접 찾아
자율주행 보안기술 논의
네이버와 클라우드 협의
세계 1위 네트워크 회사
SW 중심 사업재편 과정
韓기업과 파트너십 강화

지난 17~19일 방한한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의 최고경영층을 직접 찾아다녔다. 모두 인공지능(AI)에 진심인 한국 기업들이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잇달아 만나 AI 분야에서 협업을 적극 논의했다.

로빈스 회장은 "시스코는 삼성전자와 매우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특히 오늘날 반도체와 통신 장비에 있어서 매우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스코는 삼성전자에 라우터와 스위치를, 삼성전자는 시스코에 메모리와 프로세서 등을 각각 판매했다. 로빈스 회장은 "AI와 통신 트렌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간 통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실리콘원' 칩 브랜드를 내놓은 데 이어, 작년에는 실리콘원 G200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킹 칩을 선보였다. 실리콘원 G200은 무려 3만2000개에 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동할 수 있고, 초당 51조2000억비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괴물' 통신 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해당 칩을 제조하고, 양사가 이를 활용해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을 함께 개발할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로빈스 회장은 정의선 회장과 서울 양재사옥에 만나 AI 보안을 논의했다. 로빈스 회장은 "난 조지아주에서 태어났다"면서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새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어, 정 회장과 더 뜻깊은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현대차의 차량 보안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자동차는 차량과 차량이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로 진화하면서, 보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네트워크·보안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라는 기치를 내건 상태다. 시스코는 AI를 기반으로 한 새 보안 솔루션 하이퍼실드(Hypershield)를 선보였다. 위치·연결 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보안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DV를 앞세운 현대차와 협업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실제로 정 회장과 로빈스 회장은 2016년 만나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는 구상을 한 바 있다.

아울러 로빈스 회장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 클라우드 대표를 만나 AI 모델에 대한 수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로빈스 회장은 "네이버는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가진 기술 강자인 데다 로컬 클라우드의 챔피언"이라며 "다른 국가의 소버린 클라우드 및 AI 모델과 관련해 관심이 많고, AI 및 보안에 강한 시스코와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 3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보통신회사인 아람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어 아랍어에 능통한 대규모언어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네이버는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GPU 등 컴퓨팅 파워에 있어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해 열세다. 네이버가 소프트웨어를 주도하고 시스코가 네트워킹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가능한 대목이다.

로빈스 회장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별도로 만나 정보기술(IT)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시스코는 오늘날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상태다. 대표적인 기업이 코히어, 미스트랄 AI, 스케일 AI 등이다. 그는 "시스코는 투자를 통해 생태계를 넓히면서 동시에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투자할 스타트업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 컴퓨터 과학자들이 1984년 창업한 시스코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라우터 시스템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컴퓨터를 연결하는 근거리 통신망(LAN) 기술로 명성을 쌓았다. 인터넷 도입 붐이 불면서 2000년 3월 시가총액 5554억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시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5년 로빈스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AI·보안·협업도구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해 시스코 매출액은 570억달러(약 78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26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312개 사무소에 설쳐 8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시스코 사업군은 크게 △네트워킹 △보안 △협업 △가시성(Observability) 등 4가지다. 올해에는 280억달러(약 39조원)를 들여 스플렁크(Splunk)를 인수하며 보안과 가시성 영역에서 몸집을 키웠다. 로빈스 회장은 "고객사들이 AI 모델을 구축하고 배포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보안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인수함으로써 추가적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원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킹 칩 아키텍처를 지속 업데이트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심장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스코는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로빈스 회장은 "협업 솔루션인 웹엑스를 보면 미팅 요약 기능이라든가 액션 아이템 자동 정리, 오디오 노이즈 캔슬링(소음 조절기) 기능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미 자체 AI 모델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보안운영센터(SOC·Security Operations Center) 솔루션과 AI 어시스턴트 영역에서도 자체 AI 모델들을 사용하고 있다"며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AI가 강력한 보안 솔루션 위에 돌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시스코는 보안을 중시하는 수많은 글로벌 칩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올 6월 시스코와 손잡고 통합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시스코 넥서스 하이퍼패브릭 AI 클러스터'를 내놓았다. 엔비디아는 GPU를, 시스코는 검증 설계·모니터링 솔루션을 각각 제공하는 협업이다. 로빈스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안전한 인프라를 구축해 AI를 보다 쉽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통합 데이터센터는 여러 지역에 식음료 체인이나 오피스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AMD와 인텔과도 전략적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빈스 회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목표가 2025년까지 매출액 50%를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달성하는 것이었다"면서 "애초 목표보다 1년 빠르게 이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상에서 AI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가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빈스 시스코 회장

△1966년 미국 조지아주 출생 △ 노스캐롤라이나대 수학과 졸업 △1987년 뱅크오브아메리카(옛 노스캐롤라이나내셔널뱅크) 앱 개발 담당 △1992년 웰플리트·1996년 어센드 세일즈 담당 △1997년 시스코 어카운트 매니저 입사 △2002년 미주 채널 세일즈 부사장 △2011년 미주 지역 수석 부사장 △2012년 글로벌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 △2015년 최고경영자(CEO) △ 2017년 회장 겸 CEO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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