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사 CEO "외국어 인프라 본격 투자 필요.. 세액공제 해달라" 정부 요청[갈 길 먼 외국인 금융 시대]
금융사 별 외국인 고객 서비스 편차 크고 아직 초기 단계
앱 개발비 세액공제 제공되면 외국인 고객 서비스 개발 속도 낼 것
금융당국도 포용금융, 외국인 인력 유치 차원에서 외국인 금융 정책 고민해야
하지만 현재 금융위원회에 외국인 금융 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인력은 사실상 없는 가운데 옴부즈만(민원조사관) 제도 등을 통해 외국인 금융소비자의 애로사항만 점검하고 있다. 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 문제로 산업 영역별로 외국인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외국인 인력 유치 경쟁과 포용금융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중·장기적인 외국인 금융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지난 4월 진행된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 업권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외국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등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세액공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고객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앱 개발 투자도 세액 공제 범위에 넣어달라는 것이다.
한 금융사의 고위관계자는 "외국인의 금융 생활을 위해 언어적으로 지원할 서비스가 여전히 초기 단계"라면서 "개발 비용 관련한 세액 공제 혜택만 줘도 비오너 경영자의 투자 의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금융사가 외국인 고객용 서비스를 개발할 때 자체 비용으로 투자하면서 금융사별로 제공되는 외국인 고객 전용 앱에서의 서비스 편차가 큰 상황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한 보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국적에 맞춘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의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도 서민·취약계층 금융부담 경감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비중이 크게 들어가 있지만 외국인 금융소비자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정부가 '외국인력의 합리적 관리 방안'을 위해 내년에 출범할 정책 심의 기구에는 국무조정실, 법무부, 여성가족부만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외국인 등록증 진위 확인서비스'를 허용한 이후 최근에서야 일부 은행에서 앱으로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 외국인 전용 은행 앱에서 인증 과정에서 한국어가 제공되고 비대면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외화 송금, 카드 발급 등에 그치는 등 비대면 금융 서비스도 갈 길이 멀다. 현재 신한·하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에서만 비대면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실명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 계좌·카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모바일 OTP·인증서를 발급 받으려면 여전히 은행 지점을 통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고령층 등 국내 디지털금융취약계층도 어려움을 겪는 개인정보 인증 동의와 같은 복잡한 절차는 외국인 금융소비자에게 더욱 '큰 벽'이다. 은행 앱을 이용한다 해도 본인정보 인증 동의의 경우 한국어로 돼 있어 막히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본인확인, 개인정보 인증 동의 등을 위해 나오는 팝업창은 우리나라 말로 돼 있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위해 읽어야 하는 설명들도 모두 한국어다. 결제 편의성 경쟁이 치열한 페이앱에서 아직 외국인 고객은 서비스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제조업에서 부족한 노동자를 외국인이 대체한다고 보면 외국인에 대한 여러가지 금융 지원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국가경제에 거시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정책 설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취약 차주를 끌어안는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금융 접근성 제고를 높이는 차원에서 외국인을 위한 금융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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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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