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SK 오너家, 속도감 있게 고강도 사업재편 나서야"

하지나 2024. 6. 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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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위기 직면한 SK…오너家 역할론 주목
최창원·최재원, 그룹 내 핵심 요직…책임 경영 강화
계열사 통·폐합, 자산 매각 등 오너가 빠른 결단 필요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가 현재의 문제를 초래했다. 골든타임 안에 오너 일가가 빠르게 사업 재편을 이끌어 해결해야 한다.”

최근 SK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 배터리·석유화학 등 SK그룹 주력 사업의 실적 부진 등으로 그룹이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오너 일가 경영 체제를 구축해 위기 돌파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을 ‘그룹 2인자’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 의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했는데, 이들의 역할론과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리밸런싱 골든타임”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SK그룹이 국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계열사들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라며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와 투자 중복이 지금과 같은 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도 “SK그룹의 주요 사업인 석유화학이나 배터리 사업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룹 전반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등 고강도사업 재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SK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 의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은 분산돼 있는 계열사의 역량을 집결해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조사 결과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19개이다. 삼성(63개), 현대차(70개), LG(60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최 의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전열 재정비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한 바 있다. 이어 그룹 정체성과 무관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거나 일부 계열사들은 이미 사업 재편에 돌입했다.

SK㈜는 최근 베트남 재계 2위 유통기업 마산그룹에 풋옵션(주식 매도 권리) 행사 의사를 전달했다. SK는 2018년 당시 4억5000만달러(약 5300억원)을 투자했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과도 1조원대에 이르는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모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전면 나선 오너 일가…속도감 있는 사업재편”

특히 그룹의 핵심축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석유화학, 배터리 사업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회사 SK온의 경우 전방 산업 침체에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창원 의장이 그룹 전반적인 사업 재편 방향성을 모색한다면, 최재원 부회장은 에너지·그린 사업을 총괄하면서 그룹 에너지 사업 재편을 주도한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집중했던 최태원 회장도 올해 4월 미국, 6월 대만에 이어 전날 미국을 또다시 방문하는 등 AI 및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이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총수 일가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동안 SK그룹의 경우 ESG 경영을 선도하며 이사회 중심,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을 중시했지만 최근 리밸런싱 작업은 친족 경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책임 경영을 통해 오너 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속도감 있는 전략 수행으로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병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의해 ‘동일인’이라고 해서 총수에게 경영 책임을 묻는다”며 “오너 경영의 최대 장점은 빠른 의사 결정으로, 기업은 사업구조 재편을 하거나 막대한 투자를 할 때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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