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쟁쟁한 4파전 구도로 막 오른 국민의힘 전대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 3명이 23일 오후 1시간 간격으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을 필두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차례로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지난 21일 출마 선언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의 경우 4파전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24일-25일 이틀 간 후보등록을 마치면 국민의힘 7·23 전대가 본격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당권 주자들 라인업부터 쟁쟁해 보인다. 원내·원외 인사로 갈리지만 그것 자체로 유·불리가 갈릴 것 같지는 않다. 원외 인사인 한 전 위원장이나 원 전 장관의 경우도 재보궐 선거 사유가 발생하면 원내 진입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은 차기 대권 주자로도 분류된다. 이날 대선 불출마 입장을 확인한 나 의원도 여전히 잠재적 대권 주자로 간주된다. 당 대표 선거에서 패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대선 불출마 발언에 기속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민의힘 전대가 '대선 예고편'을 방불케 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당권주자들 간 역학관계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나 의원,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 3명을 놓고 보면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과 맞물려 물고 물리는 대결구도를 엿보게 한다.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은 상대적으로 용산과 긴장관계에 있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에둘러 협공하는 입장이다. '총선 패배를 부른 오판', '윤석열 정부 성공' 등 따위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출마 선언문에서 한 전 위원장이 '수평적 당정관계' 재정립 방침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 부분에서 3자 간 '전선'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한 전 위원장을 대하는 데 있어서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의 이해를 공유한다면, 반면에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내적 감정은 껄끄러울 수 있다. 지지층이 겹치거나 분산될 경우 2위 다툼 구도에 갇히는 상황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자 구도가 흥미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각 후보 모두 집권당을 이끌 진짜 재목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당권 고지를 향해 앞서 나갈 수 있다. 결선투표도 있어 앞일은 모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