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귀를 자르다

2024. 6. 23. 1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미 우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초봄은 갔고 여름이 왔을 뿐인데 올해는 유독 매미 소리가 빨리 도착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소음의 거리를 지나가면서, 또 세상에 소음을 하나둘 추가하는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정작 가슴에 새겨야 하는 소리를 놓치며 지내는 건 아닐까.

그것을 귀에 쓸어 담으면서 올여름을 견뎌보자.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귀가 트였으면

이 여름에는 두 귀가 트여

곧은 소리 들을 수 있었으면

밤하늘 변방에 뜬

의로운 소리 놓치지 말았으면

소리개 높이 날아

소리란 소리 다 파먹어도

벼랑에 가 우뢰처럼 부서지는 소리떼

한마디도 놓치지 말았으면

묵은 귀 잘라버리고

햇볕에 잘 울리고

빗속에서 싱싱한

귀가 돋았으면(후략)

- 이시영 '여름 속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초봄은 갔고 여름이 왔을 뿐인데 올해는 유독 매미 소리가 빨리 도착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소음의 거리를 지나가면서, 또 세상에 소음을 하나둘 추가하는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정작 가슴에 새겨야 하는 소리를 놓치며 지내는 건 아닐까. 묵은 귀를 잘라버리고 싱싱한 귀를 준비하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경이의 자연이 쨍한 햇볕 아래 잘 말려지고 있다. 그것을 귀에 쓸어 담으면서 올여름을 견뎌보자. 이 더위는 경이로 향하는 예열일지도 모르니.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