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귀를 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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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우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초봄은 갔고 여름이 왔을 뿐인데 올해는 유독 매미 소리가 빨리 도착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소음의 거리를 지나가면서, 또 세상에 소음을 하나둘 추가하는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정작 가슴에 새겨야 하는 소리를 놓치며 지내는 건 아닐까.
그것을 귀에 쓸어 담으면서 올여름을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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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트였으면
이 여름에는 두 귀가 트여
곧은 소리 들을 수 있었으면
밤하늘 변방에 뜬
의로운 소리 놓치지 말았으면
소리개 높이 날아
소리란 소리 다 파먹어도
벼랑에 가 우뢰처럼 부서지는 소리떼
한마디도 놓치지 말았으면
묵은 귀 잘라버리고
햇볕에 잘 울리고
빗속에서 싱싱한
귀가 돋았으면(후략)
- 이시영 '여름 속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초봄은 갔고 여름이 왔을 뿐인데 올해는 유독 매미 소리가 빨리 도착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소음의 거리를 지나가면서, 또 세상에 소음을 하나둘 추가하는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정작 가슴에 새겨야 하는 소리를 놓치며 지내는 건 아닐까. 묵은 귀를 잘라버리고 싱싱한 귀를 준비하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경이의 자연이 쨍한 햇볕 아래 잘 말려지고 있다. 그것을 귀에 쓸어 담으면서 올여름을 견뎌보자. 이 더위는 경이로 향하는 예열일지도 모르니.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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