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전쟁 중에도 자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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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 다녀왔다.
이동 중 전쟁으로 숨진 이들의 무덤과 이를 기리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전쟁 초기에 수도 키이우로 진입하려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항전을 벌인 이곳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만행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이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선진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을 떠올리며 우크라이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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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 다녀왔다. 첫 도착지는 지구 반대편인 폴란드 바르샤바. 여기서부터 다시 적십자 표장이 부착된 차량으로 13시간을 이동한 끝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 이동 중 전쟁으로 숨진 이들의 무덤과 이를 기리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지속된 무력 충돌로 550대 이상의 구급차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번 방문 목적은 대규모 공습 등으로 다친 부상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 가져온 40대의 긴급후송용 구급차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구급대원들에게 구급차 열쇠를 직접 건넸다. "댜쿠유(Дякую,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긴박하게 격전지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조속한 안정과 평화를 더욱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전달식을 마치고는 키이우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시 '부차'로 향했다. 전쟁 초기에 수도 키이우로 진입하려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항전을 벌인 이곳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만행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이다. 전쟁의 참상을 영상으로 남겼다는 신부님에게 들어보니 그 지역에서만 약탈과 방화, 학살 등으로 1200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전시 상황에도 엄연히 법과 규칙은 존재한다.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은 물론이고 전쟁 포로, 부상당한 군인, 의료 및 종교인, 적십자요원 등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독립광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이들을 추모하는 깃발과 많은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을 보며 강한 국가의 국민만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과 평화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폐허가 된 부차를 둘러보며 70여 년 전 필자가 겪었던 한국전쟁이 떠올랐다. 일곱 살 작은 몸으로 피란길에 올랐고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몸을 낮춰 숨기 바빴다. 전쟁의 여파로 수백만 명의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했고 사회경제적 시설이 파괴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선진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을 떠올리며 우크라이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시 곳곳을 청소하고 보급품을 나누는 자원봉사자들과 자발적으로 구성된 '60대 이상 고령자 부대'도 만났다. 월급도 정식 보직도 없지만 이웃을 살피며 나라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전쟁 피해로 도움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사람은 약 1460만명으로 인구의 43%에 달한다고 한다. 일정 내내 국제적십자사연맹과 국제적십자위원회를 비롯하여 현지에서 구호활동 중인 각국 적십자사 관계자들을 만나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필자가 속한 대한적십자사는 전쟁 초기부터 올해까지 구호물품과 지원금 등 총 328억원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지뢰 제거 사업, 보건 의료 분야를 비롯한 재건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다.
2년4개월이 넘어가는 전쟁으로 인도적 수요는 나날이 늘어나는 반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재난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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