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K배터리 쓰는 전기차, 보조금 증액 검토를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4. 6.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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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산업 화두는 단연 '배터리'였다.

요소수 사태 경험을 상기해 본다면 중국의 음극재 수출 중단으로 국내 배터리 산업이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내 배터리·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자립화를 위해 올해 9조7000억원 규모 정책금융을 지원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증액 또한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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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산업 화두는 단연 '배터리'였다. K배터리의 주역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수주잔액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고속성장을 이어오던 K배터리가 최근 시장 성숙 과정에 수반되는 일시적 수요정체(Chasm)에 시름하고 있다.

수요 정체도 걱정이지만, 핵심은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이다. 이 중 음극재는 중국이 전 세계 물량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ICC컨설팅에 따르면 2012~2022년 전 세계 음극재 누적 생산량은 441만t이며, 2022년 기준 글로벌 음극재 생산량 중 중국 비중은 96%에 달했다.

선전BTR, 상하이산산 등 중국 음극재 회사들은 독점에 가까운 흑연 공급 능력뿐만 아니라 세금 감면,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비용 등 정부 지원 속에 저가 생산을 통해 중국 외 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에서 중국산 흑연 사용에 대해 2년간 유예 조치가 결정된 것도 현재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산 음극재는 t당 1500달러 정도 가격이 중국보다 비싸다.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산 천연흑연 음극재가 t당 3000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산 제품 가격이 50%나 높다. 처음 사업에 진출할 때만 해도 가격경쟁력이 있었는데 중국 음극재 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여파로 한국 음극재 생산업체는 공장 가동률 50%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한국에 음극재 제조사(흑연계 기준)가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에서 음극재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내 음극재 기업이 사라지면 중국이 독점적인 가격통제권을 갖게 된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음극재 구매 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요소수 사태 경험을 상기해 본다면 중국의 음극재 수출 중단으로 국내 배터리 산업이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물론 한국 정부도 손놓고 있지는 않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내 배터리·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자립화를 위해 올해 9조7000억원 규모 정책금융을 지원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는 또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입법을 마쳐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도 갖췄다.

여기에 더해 한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증액 또한 검토해볼 만하다. 보조금은 전기차 구매 확대와 더불어 배터리 회사와 음·양극재 등 소재업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기차 대당 5000~7000유로(약 700만~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30조원가량의 신에너지차 구매보조금을 지급했다.

K배터리 패권을 이어가려면 경쟁 국가들이 이미 활용한 정책을 우리라고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책당국은 공급망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정승환 전문기자 칼럼 (재계·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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