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에 성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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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늦기 전에 신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서로 협의하고 개혁의 방법론을 재구성해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조차도 개혁이 지속되지 않으면 구(舊)질서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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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달린 각종 개혁 게걸음
석학들 한국자멸론까지
獨 비스마르크·슈뢰더처럼
보수는 진보적인 정책으로
진보는 보수정책 시도할때
초법적 합의로 새 체제 가능
한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내외 석학들로부터 '한국자멸론'이 나온다. 시간을 아껴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구감소, 사회경제적 양극화, 진영 대립 등 현 상태를 바꿀 개혁이 필요하다. 지난 70년 앞만 보고 달려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에서 쌓인 폐단과 탈구(脫臼)가 적지 않다. 이제 개혁을 통해 물길을 터주고 바르게 흐르게 해주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하다. 준비가 부족하고, 소통이 안 보인다. 명분에 비해 의료개혁이 혼란에 빠진 이유다.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서 보듯 권력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 집권 후반기라 동력도 떨어져 있다. 진보는 배척하고, 보수는 압박하고, 중도는 관망한다. 총선 이후 거야여소(巨野與小) 아래 야당은 독주하는데 무력한 여당은 국민적 동참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작금 우리는 유사 이래 최악의 정치적 양극화에 마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대중적 수준의 진영 대립이 가장 높다. 팬덤정치가 국민을 양분하고 있다. 따로 살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내전 일보 직전이다. 좌우 진영 간 거부율이 거의 90%에 달한다. 미국보다 1.25배 더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반목과 대립 아래 국정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한국은 선진국의 문턱을 간신히 넘었을 뿐이다. 우리가 좌초하지 않으려면 여야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나는 이미 거국내각 형태의 대연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제언했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늦기 전에 신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서로 협의하고 개혁의 방법론을 재구성해야 한다. 개혁이란 군살을 빼고 근육을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삐뚤어진 의식과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취약한 집단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혜와 반칙을 줄이고,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여러 계층, 집단, 부문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지지와 반대가 갈린다. 불평과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절차의 공정성을 지키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는 사회보장의 기틀을 마련하여 오늘의 복지국가의 길을 열었다. 사민주의자 슈뢰더의 하르츠개혁은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완화, 복지 삭감을 통해 만성적 실업을 이겨내고 경제를 살렸다. 이렇듯이 보수 정권은 진보적 개혁 그리고 진보 정권은 보수적 개혁을 해야 한다. 권위주의 청산을 위한 김영삼 정부의 진보적 개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김대중 정부의 보수적 개혁이 대조된다. 서로 다른 지지 기반을 활용하여 좌우 양극단의 편향을 넘은 개혁의 사례다. 역사를 돌아보면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은 새로운 체제를 향해 초(超)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면 개혁은 대중의 동의를 구하면서 제도와 관행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혁명조차도 개혁이 지속되지 않으면 구(舊)질서로 회귀한다. 올리가키가 지배하는 오늘의 러시아에서 만민평등이라는 혁명의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이 남긴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도 지난 사반세기 동안 개혁과 반동 사이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제22대 국회는 개원부터 불구다. 헌정 사상 최악이라는 지난번 국회가 되풀이될 수 있다. '윤심' '명심' 방탄에 AI로 의원을 대체하자는 풍자도 나온다. 여야는 협애한 정파 중심의 권력정치를 넘어 여러 개혁의 이슈를 풀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를 선도해야 한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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