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디커플링` 조짐…美 금리인하 늦춰지면 韓은?

이미선 2024. 6.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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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달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에 속속 나선 반면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계속 늦춰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20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로이터통신은 스위스가 최근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고 4월 물가 상승률(1.4%) 역시 완만한 오름세를 보여 시장에선 SNB의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다. 다음번 통화정책회의는 8월1일 열린다.

BOE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전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목표치(2.0%)에 약 3년 만에 도달했다는 통계가 나온 뒤 발표됐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성명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우리의 목표인 2%로 돌아왔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BOE 회의에서 기대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우세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서비스 물가(5.7%)가 BOE 전망치를 상회했음에도 정책금리를 동결한 정책위원 일부가 고물가 지속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BOE 통화정책위원 9명 중 7명이 동결 의견을 낸 가운데, 일부 위원이 '균형이 정교하게 잡힌 결정'이라고 말한 점도 다음 금리인하 기대를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인하' 행렬에 BOE도 동참할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매파적 인하란 기준 금리를 낮추면서 금융 여건은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다만 7월4일로 예정된 영국 총선이 영란은행 금리 전망에 변수로 꼽힌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 6일 기준금리를 연 3.75%로 0.25%p 내렸다. 다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웨덴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75%로 0.25%p 인하했다. 오는 27일 통화정책회의에선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외에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연 4.75%로 0.25%p 낮췄다.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와 반대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계속 후퇴하고 있으며, '9월 인하론'도 흔들리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일 미시간 은행연합회 연설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2%)로 돌아가려면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며 9월 인하 기대감에 다소 힘이 빠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서 보는 9월 금리 0.25%포인트 인하 확률은 23일 기준 59.5%로, 14일 62.0%보다 낮아졌다. 한 달 전에는 46.4%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전히 금리 인하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했다고 확인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까지 기다려주셔야 금통위원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도 조금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도 "섣부른 통화완화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며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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