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돌풍' 아이오닉5·EV9, 현지생산 보조금으로 난관 넘는다 [현대차 美세액공제 제외]

서민우 기자 2024. 6.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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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플랜트 10월 본격 가동
근로자 임금인상까지 겹악재에도
美공장서 생산한 아이오닉5·EV9
'30D 조항' 적용땐 구매자 稅공제
조기 가동으로 판매 확대 승부수
[서울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23일에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메타플랜트 건설에만 7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그룹 입장에서는 최대 4600억 원의 세액공제 혜택은 자금 운용의 숨통을 틔우는 ‘단비’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미국 완성차 3사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향후 4년간 25%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메타플랜트도 중장기적으로 8000명 이상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 인상 환경에 노출돼 있다. 메타플랜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인근 서배너 지역에서는 최상위 수준이지만 UAW에 소속된 3사 노조원의 최고 시급 대비 20%가량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3위 업체인 현대차그룹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북미 전기차 공략 전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북미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처음 예상한 경로를 벗어난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겹악재에도 흔들림 없이 10월 가동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미국의 정책 변수는 늘 상존해왔던 만큼 앞으로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이번에 놓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액공제 혜택(48C 조항)을 공장 조기 가동에 따른 판매 확대로 IRA의 또 다른 세액공제 혜택(30D 조항)을 적극 활용하면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30D 조항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의 5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핵심 광물 요건)하고 △북미에서 배터리와 전기차를 조립·생산(배터리 부품 요건)하는 회사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7500달러의 구매보조금(세액공제)을 준다. 10월부터 메타플랜트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30D 조항의 핵심 광물 요건에서 중국산 흑연이 문제가 됐지만 최근 미 행정부가 최근 2년간 중국산 흑연을 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유지했다”면서 “메타플랜트 가동으로 북미 생산 전기차가 늘어날 현대차그룹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2배 이상 뛰어넘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최근 분위기는 좋다. 올 들어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승용차 43만 7246대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차량은 4만 8838대로 1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역대 1~5월 판매 통계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자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순위로 보면 테슬라 다음인 2위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의 팽창 속도를 현대차·기아가 따라가지 못해 점유율이 6.8%(2만 9622대)로 잠깐 하락했을 뿐 올 들어 다시 두 자릿수로 회복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9처럼 현지 생산을 시작했거나 곧 생산을 앞둔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이오닉5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4449대가 팔렸다. 지난해 북미 시장의 판매량은 3만 3918대로 국내 판매량(1만 6335대)을 2배 이상 앞질렀다. 현대차그룹이 메타플랜트의 첫 양산 모델로 아이오닉5를 낙점한 이유다. 아이오닉5는 아직 북미 생산이 없어 7500달러의 구매보조금을 회사가 현금성 보상으로 해주고 있다. 하지만 10월부터 메타플랜트에서 생산하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판매를 늘릴 수 있어 현대차그룹에는 그만큼 이득이다.

기아 EV9은 지난달부터 북미 생산을 시작해 7500달러의 구매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지난달 북미 생산을 시작한 EV9도 인기를 끌고 있다. EV9의 5월 판매량은 2187대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기아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 2500억 원을 투자해 EV9의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는 EV9은 7500달러의 구매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에서 아이오닉5에 이어 생산할 후속 차종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판매 추이에 따라 두 번째 양산 차종이 EV9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0월 메타플랜트 가동과 함께 두 차종의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려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혜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메타플랜트가 안착하려면 인기 차종을 집중적으로 양산해 판매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검증된 아이오닉5에 이어 최근 북미 시장에서 센세이셔널을 일으키고 있는 EV9이 웨스트포인트 공장과 메타플랜트에서 동시에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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