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한 번 쳐본 적 없는 생초보 가족 … 두달간 유럽 캠핑 즐긴 사연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반대로 떠나지 않는 이유 역시 가지각색이다. 한 저자는 '여행의 맛'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여행지를 찾기 위해 떠났다고 밝혔다. 캠핑 초보 가족이던 다른 저자는 유럽까지 캠핑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그 결심까지 이른 이유가 '가족'이라고 답해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두 책의 저자가 전한 '여행의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초보 여행자의 '여행기술' 지침서
어릴 적 마루에 팔 베고 누워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게으른 상상에 빠지곤 하던 아이가 있다. 그렇게 넋 놓고 엉뚱한 상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삐그덕' 하고 낡은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던 그였다. 그러나 생각은 이미 산 넘고 물 건너 미지의 세계를 향했다.
언제부터인가 역마살이 끼었는지 틈만 나면 무지개를 좇는 사람처럼 산과 바다로 발걸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여행 마니아나 전문가도 아니었다. 틈틈이 길 따라 바람 따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찌든 피로와 지루함을 씻어내고 상큼한 공기로 삶의 활력을 가득 채워오곤 하는 여행 애호가일 뿐이었다.
'오감여행'은 간단한 소개와 이미지 가득한 요즘 스타일 여행서는 아니다. 기대감, 미감, 정감, 식감, 만족감이라는 여행의 오감을 제대로 채워 줄 수 있는 사색과 자료들이 넘쳐난다. 이 책은 여행의 맛을 제대로 알려주고픈 저자의 욕심이 듬뿍 담겨 있다.
춘향의 사랑이 있는 남원, 천년고찰 화엄사와 산 너머 남촌이 있는 산동, 선비의 향기를 찾아 떠난 단양과 영주, 섬티아고 순례길과 마법의 세계 퍼플섬이 있는 신안, 떼꾼과 처녀의 애달픈 이별이 있는 정선 아우라지, 환상의 섬 울릉도 유람선과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 등 동서남북 유명한 지역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 속에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도 숨어 있다. 이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여행에는 보고 느끼고 먹고 생각할 것들이 가득할 것이다. 여행을 가서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 여행자라면, 이 책은 '여행의 기술'을 터득하는 길잡이로 손색없다.
끈끈한 가족여행의 바이블
최종경 작가는 자신을 두고 공상하기와 우스갯소리 하기, 혼잣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이를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래도 인생은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그의 성향을 담뿍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 둘에, 캠핑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텐트조차 쳐본 적 없는 생초보 가족이 무려 65일 동안 유럽을 캠핑여행으로 무사히 마치고 온 이야기를 풀어냈으니 말이다.
저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돼 부모로 거듭난 자신을 보고 떠날 결심을 했다. 더구나 금방 어른이 돼버릴 아이들을 생각하면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맞는다는 데 이르렀다. 그리고 65일간의 유럽 일주를 다녀왔다. 여행 기간 그 어느 때보다 가족끼리 살을 비비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느새 가족은 눈빛만 봐도 척척일 정도로 끈끈해져 있었다.
기본은 캠핑이었고, 때때로 크루즈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바다 건너편 낯선 이들에게서 조건 없이 받는 친절, 이국적이고 경이로운 자연 풍경과 건물들은 가족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넣었다 뺐다 짐 싸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는 공짜로 갈 수 있는 빅벤, 자연사 박물관, 영국 박물관 등을 찾아다녔다. 스위스 뮈렌에서는 알프스 뷰를 볼 수 있는 산꼭대기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고, 인생 사진 찍기 딱 좋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몬테풀치아노에도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유럽 캠핑 여행, 특히 자녀와 함께 가는 유럽 캠핑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교재로 제격이다. '그게 무슨 사서 개고생이야'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슬그머니 '나도 한 번 알아볼까'라는 마음이 들지 모른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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