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일본 여행 지겹다면… 숨겨 놓은 보석 같은 '시코쿠'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다. 요즘 일본 인기 관광지에 가면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잘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흔하지 않은 일본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일본 4대 섬 중 하나인 '시코쿠섬'으로 떠나보자. 고즈넉한 정취와 아름다운 자연이 매력적인 시코쿠섬은 한국인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여행지다.
세계 최초의 도판 명화 미술관
세상의 거의 모든 미술관은 감상법이 비슷하다. 눈으로 보는 것이다. 요새는 도슨트 서비스가 늘어나 귀로 듣기도 한다. 그뿐이다. 우리 오감 중 단 두 가지만 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그곳의 나루토 공원에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미술관이 있다. 오츠카 국제 미술관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를 만든 회사로 알려져 있는 오츠카 제약이 그룹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설립한 도판 명화 미술관이다. 오츠카 미술관은 전 세계 25개국 190여 곳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 작품을 1000점 이상 엄선해 타일로 재현했다. 이곳에서는 유럽 전역을 여행해야지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모든 작품을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먼저 만난 작품은 '시스티나 성당'이다.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시국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성당 규모도 현지와 똑같이 재현해 그 웅장함은 실로 대단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모나리자'를 만나는 때였다. 예전에 외신에서 '모나리자'의 실물을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전시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적인 명화를 멀리서나마 두 눈에 담고 싶은 이들의 열정(?)이었을 테지만 과연 그 감동이 온전히 전해졌을지는 의문이다. 오츠카 미술관의 '모나리자' 감상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일단 치열한 경쟁이란 없었다. 혹시나 줄이 길다 싶으면 다른 작품을 보고 돌아오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더구나 작품을 거의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물론 얼굴이며 그림 곳곳을 모두 손으로 만지면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이 밖에 수많은 세계적인 명화가 오츠카 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그 작품은 전부 눈·귀·손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어 서비스가 잘 돼 있다. 주요 작품을 소개해 놓은 팸플릿뿐만 아니라 작품 100여 점에 대한 설명도 한국어로 들을 수 있게 음성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걸을 때 마다 높낮이가 달라지는 전망대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전망대 '야시마루'도 시코쿠섬 여행을 떠났다면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다. 가가와현 다카마쓰의 야시마산 꼭대기에 위치한 야시마루 전망대에서는 혼슈섬과 시코쿠섬, 규슈섬 사이의 좁은 바다인 '세토 내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는 야시마 절을 지나야 한다. 야시마 절을 지나 쭉 걷다 보면 푸른 바다와 웅장한 전망대가 보인다. 투명한 유리 곡선으로 이루어진 야시마루 전망대에서 탁 트인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번잡한 고민은 다 잊게 된다. 걸을 때마다 전망대의 높낮이가 달라져 다양한 시야를 통해 세토 내해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전망대 내부에는 세토 내해의 역사를 담은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작은 상영관과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카페도 있으니 바다를 바라보며 목을 축여보는 것도 좋다.
세계적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한 힐링 스폿
일본 효고현 아와지섬의 자연 속에 자리한 힐링 스폿 '젠보 세이네이'를 찾았다. 젠보 세이네이는 일본의 3대 벤처기업 중 하나인 파소나 그룹이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2022년에 문을 연 시설이다.
젠보 세이네이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했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목조건물과 건물 내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종이 기둥은 나무와 종이를 소재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선보이는 반 시게루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층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숙박 공간을 마련했다. 각 방에는 온전히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다미 침대, 작은 책상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뒀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힐링 체험을 할 수 있는 젠 웰니스 공간이 쭉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100m 길이의 기다란 나무 바닥 위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로 자연을 감상하며 명상과 요가를 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으니 자연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간질이는 듯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푸릇푸릇한 풍경과 눈높이를 함께하고 있어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젠보 세이네이는 100% 예약제로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박2일 코스와 4시간 당일치기 코스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예약은 젠보 세이네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시코쿠 정세윤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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