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관광객 8할이 한국인… 역대 대통령도 반한 사이판
외래 관광객 중 80%가 한 나라 사람인 곳이 있다. 이곳에선 입국자 순위를 가릴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4시간30분이면 닿는 사이판이 그 주인공이다. 마리아나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년간 사이판을 다녀간 전체 외래 관광객 중 무려 80%가 한국인이었다. 사이판을 향한 한국인의 유별난 사랑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현지에서 만난 한 동포는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녀간 휴양지예요. 대통령도 찾았을 정도니 말 다한 거 아니겠어요." 국가 제 1의 VIP도 쉬어 간 사이판이 더 궁금해졌다.
놀고 먹고 춤추고…마리아나 미식 축제
사이판에서는 1999년부터 5월의 매주 토요일 가라판 지역에서 '마리아나 미식 축제'를 연다. 사이판의 문화와 먹거리를 총망라하는 축제에는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이 대거 참여한다. 올해 축제는 가라판 시내 입구에 위치한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American Memorial Park)에서 열렸다.
축제 현장은 온갖 맛난 음식과 흥겨운 공연으로 후끈후끈했다. 공교롭게 마리아나의 음식 문화도 '용광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식민 지배와 여러 민족의 이주 역사가 깃들어 있는 마리아나 지역 음식에는 미국·일본·필리핀 등 국가의 식문화가 한데 녹아 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나뭇잎을 엮어 만든 머리 장식 등 이국적인 차림새를 한 현지 춤꾼들이 현란한 발재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끝을 실룩이며 발이 이끄는 데로 도착하니 노점이 늘어서 있다. 축제날에는 사이판에서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는 현지 식당 30여 곳이 노점으로 변신한다.
옛 마을 잔치처럼 소 한 마리를 잡아 방문객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는 모습에서 푸근한 인심도 엿봤다. 타코나 꼬치 요리 등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이판 수제 맥주를 맛보다 갑작스럽게 만난 여우비가 운치를 더했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축제장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펄럭였다. 이날 핵심 일정이었던 '오 마이 그릴 음식 먹기' 대회 참가자 중 유력한 우승 후보가 한국인 먹방 유튜버 상해기와 일본인 마스부치 사치요로 사실상 한일전 구도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무게만 도합 5㎏에 달하는 음식을 1시간 이내에 먹어야 했다. 승자는 무려 1000달러(약 136만원)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 이날 대결에선 대회 종료 18분을 남기고 갑자기 상해기가 먹는 속도를 올리며 승리를 쟁취했다.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차모로족 카누
사이판에서는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마리아나제도 선주민(先住民)인 차모로족의 카누 문화는 3500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스페인 등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고유문화를 송두리째 뺏겨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2017년 피트와 엠마 부부가 500세일즈라는 비영리 기관을 세우고 이 전통 카누 문화를 복원했다. 엠마는 아버지 쪽에 차모로족 조상이 있는 혼혈이다.
아버지로부터 차모로족의 전통 카누인 '프로아' 얘기를 들었고 이후 이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피트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엠마는 1742년 그려진 프로아 설계도를 기적같이 발견해 전통 카누 형태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카누를 제작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들이 현재까지 제작한 카누 수는 14척에 불과하지만 2030년까지는 기관 이름처럼 500척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원대한 꿈은 사이판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카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차모로족 전통 카누는 선체가 비대칭이고 뱃머리와 선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멀미가 생기지 않는다. 마리오 베니토 500세일즈 마스터 항해사는 "카누를 탈 때는 마음을 열고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에만 집중하라"며 "바람과 싸우려 하지 말고 바람에 몸을 맡기라"고 조언했다.
항해사의 등짝 위로 자유롭게 나부끼는 머리칼. 엠마의 다리에 새겨진 차모로족 전통 문양 문신.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전통 카누. 서로 무관한 듯한 세 가지 요소에서 공교롭게도 사이판의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별이 쏟아진다…사이판 별빛 투어
사이판에서는 매일 다른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다. 별도 마찬가지다. 사이판 별빛 투어는 이곳의 수많은 별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는 관광이다. 청정 자연을 간직한 사이판에서는 일몰 후 달이 뜨기 전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지인이 추천한 별빛 투어 명당은 '만세 절벽'과 '새섬' 근처다.
사이판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는 만세 절벽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44년 7월 일본 패망 직전 일본군과 민간인 수백 명이 미군에게 항복하지 않으려고 이곳에서 투신하며 "천왕폐하 만세"라고 외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새섬은 지나치게 유명한 만세 절벽에 사람이 몰릴 때 걸음 하기 좋은 곳이다.
별빛투어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기 전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먼저 눈을 지그시 감아주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있다가 별을 보면 하늘을 총총히 수놓은 별이 한눈에 들어와 감동이 배가 된다. 도착 전 별자리를 인식해 주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도 깔고 가면 좋다. 밤하늘 위에 카메라를 들이밀기만 하면 별자리를 인식해서 문외한도 별자리 박사가 될 수 있다. 4월부터 9월까지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서 별빛 투어하기 좋은 달이다.
[사이판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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