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인정 안 되면 어떻게".. 맞고 욕 들어도 참는 직장인들, 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도 심각
피해자 신고, 10명 중 1명 그쳐
"퇴직해야 하나 망설여져" 호소
"보호는커녕 보복, 엄두도 못내"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괴롭힘 신고를 해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앞도 뒤도 없이 퇴직해야 하는 거겠죠? 그래서 더 망설여집니다. 회사가 가해자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신고 직원 개인의 부적응, 저성과 문제로 몰아갈 것 같아서요"

"회사 옆 건물 회식 도중 음식점 앞에서 직장 상사에게 일방적 폭행을 당했습니다. 목격자는 직장 동료들인데 증언을 꺼리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회사나 노동조합,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사람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피해 신고의 문턱은 높은 실정입니다.

오늘(23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한 응답자는 10.3%에 불과했습니다.

중복응답이 가능해 실제 피해 신고 비율은 이보다 더 낮을 수도 있습니다.

신고하는 대신 직장 내 괴롭힘을 참거나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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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중복응답 가능)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60.6%)'가 가장 많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23.1%)'는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7.2%)'는 답변이 있기는 했지만,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8.1%)',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2.2%)' 등 공식 기구를 통해 신고한 비율은 낮았습니다.

문제를 제기했다는 답변은 전반적으로 소수에 그쳤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62.8%)은 조사를 받으면서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처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한 사례자는 직장갑질119 상담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매니저로부터 부서 이동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신고를 하면 보호는커녕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관련 제도의 보완과 강화,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이뤄진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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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