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시신이"…사우디 성지순례객 증언 쏟아져

구서윤 2024. 6. 23. 15: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1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폭염에 대한 준비가 미진했다는 순례객들의 증언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지에서 순례객들을 보호할 의료진이나 기본 시설, 물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관광비자 등을 통해 사우디에 입국한 후 허가를 받지 않고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인원도 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00명 이상 숨져…50도 더위·수많은 방문객이 원인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집에 오는 길에 숨진 순례객들을 많이 봤어요. 거의 수백 미터(m)마다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이 누워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흐마드(44)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1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폭염에 대한 준비가 미진했다는 순례객들의 증언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각)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무슬림 순례자들이 하지 순례의 마지막 의식인 '악마의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을 행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CNN 방송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지에서 순례객들을 보호할 의료진이나 기본 시설, 물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1일 사우디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지라르 알리(40)씨는 "사람이 너무 많고 의료진이 부족했다"며 "그들은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고, 그래야만 조치를 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CNN은 부모를 잃은 한 미국인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 사이다 우리 씨의 부모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평생의 꿈이었던 성지순례를 떠났지만 메카의 아라파트 산에서 실종됐다고 한다. 그들은 이번 여행 패키지에 2만3000달러를 썼다.

그는 이후 사우디 제다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부모가 지난 15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인은 열사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하지 기간에는 대낮 온도가 52도까지 올랐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등으로 인한 순례객 사망자는 1126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망자 수를 117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집계된 사망자 수 2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2015년 하지 기간 압사 사고로 2000명 이상이 숨진 이후 가장 많은 수치기도 하다.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진다. 무슬림들은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 성지순례를 해야 하는데, 사우디 당국은 국가별 할당제를 통해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비자 등을 통해 사우디에 입국한 후 허가를 받지 않고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인원도 늘고 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자국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가는 관리에 실패하지 않았지만 극심한 폭염과 힘겨운 기상 조건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가 성지순례 사태 이후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