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제일주의… 중·저신용자 외면하는 저축銀·인뱅
신용대출보다 주담대 유치 나서
금융취약층 지원 출범 취지 무색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중·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금융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반면 신용대출 문턱은 높여 기피하고 있다. 주담대는 신용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연체를 줄이고 수익성을 늘리기 위해 주담대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금융사가 초창기 내걸었던 '중·저신용자 지원'이라는 출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이달 10일 주담대 변동금리를 기존보다 최고 2.1%포인트(p) 낮췄다. 사업자 고객은 5.54~14.95%, 개인 고객은 5.54~11.95%의 금리를 제공한다. 5월 기준 은행 변동금리 금리(6개월)가 3.72~5.12%에서 3.74~5.14%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마진을 상당히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사인 SBI저축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내리면서 타사에도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들의 주담대 대출 기조가 바뀐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2년에 저축은행은 사실상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조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당년도 9월에는 상상인저축은행이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다시 주담대를 유치한다는 것은 수익성과 연체율을 동시에 고민한 결과로 해석된다. 담보가 있는 우량 대출 차주를 모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8.5%를 기록, 작년 말(6.55%)보다 2.25%포인트(p) 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커졌다. 대출 만기 연장으로 버틴 사업장들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연체율을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들은 작년에 50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하고도 올해 1분기에 또 적자를 냈다. 보릿고개 상황에서 수신 잔액은 최근 3개월 새 3조원 넘게 빠졌다. 100조원을 간신히 웃돌았다. 손실을 버틸 체력마저 떨어진 셈이다.
중·저신용 차주들에 대한 대출 기능이 위축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신용대출 허들이 높아졌다. 저축은행 79개사의 올해 3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35조853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9월 말 40조원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작년 한 해 동안 36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에서 밀려나 대부업이나 제도권 밖 금융을 찾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연체 차주가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세 곳의 점검을 예고했다. 작년 말과 올해 1분기 두 분기 연속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곳이 대상이다. 이런 금융당국의 압박도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에게만 신용대출을 내주거나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는 등 허들을 높이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상황은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0년까지 인터넷은행은 1조4000억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다. 이중 91.5%가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이었다.
차주 등급도 높았다. 중·저신용자로 보이지 않는 우량한 차주들이 인터넷은행을 찾은 것이다. 중금리대출 중 66.4%는 신용 1~3등급 차주였다. 2020년 기준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비중은 12.1%에 그쳤다. 국내은행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주담대를 취급하고 대출 규모가 껑충 뛰었다. 카카오·토스·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주담대 잔액은 31조396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26조6260억원) 대비 17.91%(4조77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에서 곧장 주담대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은 최근 주담대 금리를 속속 올리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관리에 나섰다. 1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토스뱅크가 36.3%로 가장 높았다. 다만 지난 2022년 말에 비해선 4.1%p 하락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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