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서 남겨진 의혹의 조각들…공은 공수처로
VIP 격노설 등 여전히 미궁…이종섭, 인권위원 통화 인정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여러 의문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핵심 증인들이 답변을 거부하면서 '맹탕'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주요 의혹을 규명할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발언들은 일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순직 1주기(7월 19일) 전까지 특검법 처리를 위해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특검의 실제 도입까지는 아직 변수가 있는 만큼 당장 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게 됐다.
신범철 "회수에 관련"…유재은 "임기훈이 경찰 전화 올거라 알려줘"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실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의 발언이다.
신 전 차관은 채상병 기록이 회수된 지난해 8월 2일 오후 4시 21분께 윤 대통령과 약 10초간 통화한 것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에 "그것은 회수에 관련한 거고 외압을 행사한 것은…"이라고 답했다.
이는 당시 통화가 회수와 관련한 것이었다는 취지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됐다.
다만 신 전 차관은 해당 발언이 통화 내용을 뜻한 것이 아니라, 통화 시점이 기록을 회수한 날이라는 의미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청문회에서 지난해 8월 2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에 대한 민주당 이건태 의원 질의에 "(임 전 비서관이)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답했다.
경찰과 국방부가 사건 기록 회수와 관련해 소통하는 것을 대통령실이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운 대목이다.
임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경찰청과 통화한 바 없다"고 답했다.
당사자들은 개입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공수처는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의 배경과 확보한 증거 등을 꼼꼼히 비교해 사실관계를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청문회 안 나온 '정종범 메모' 작성자…"날짜 착각" 번복한 임기훈
이른바 'VIP 격노설'이 등장한 지난해 7월 31일의 상황과 관련해서도 청문회에서는 여러 증언이 나왔다.
우선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서 열린 현안 토의에서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이 작성한 '정종범 메모'에 대해 이 전 장관과 유 관리관은 청문회에서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유 관리관은 메모 내용에 대해 "장관님의 말씀을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 전 장관은 모든 내용을 다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10가지 중에서 한 4가지는 제가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전 부사령관은 군검찰 조사에서 메모 내용이 이 전 장관 말을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유 관리관의 말과 혼동했다고 번복한 바 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군사재판에도 불출석한 바 있다.
이밖에 임 전 비서관은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 지난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으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날짜를 착각했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관련자들의 진술 속 진실은 무엇인지도 공수처가 추후 수사를 통해 따져봐야 할 지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 대질' 이뤄진 박정훈·김계환…김계환은 묵비권
이날 청문회에서는 특히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김 사령관에 대해 'VIP 격노설'을 두고 '공개 대질'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공수처는 지난달 21일 박 대령과 김 사령관을 소환해 대질조사하려 했으나 김 사령관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과거 군검찰에서 격노설에 대해 '박 전 단장이 지어낸 것'이라며 전면 부인해 왔던 김 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반면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이첩이 보류되고 8월 1일까지 사령관과 수사 축소 외압에 대해 고민할 때 제가 '해병대의 할 일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첩하거나 계획대로 경찰에 넘겨야 하는 것'이라고 하니 김 사령관이 '내가 옷 벗을 각오하고 장관님께 건의드리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사령관도 이첩 보류 지시의 부당함을 인지했다는 취지다.
이에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얘기한 것에 대해서 여기서 시시비비 얘기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그렇게 말했군요"라고 재차 묻자 약 3초간 침묵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앞서 군검찰 조사에서는 "사망사고 문제와 관련해서 부하들을 전부 살릴 수 있다면 언제든지 옷 벗을 각오는 되어있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종섭, 인권위 상임위원과 통화 인정…내용엔 "기억 안나"
이 밖에도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박 전 단장에 대한 긴급구제신청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각되기 전 이종섭 전 장관과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8월 9일 국방부의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자료 회수 조치를 비판하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으나, 이후 김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소위는 같은 달 29일 박 전 단장의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해 의문을 낳았다.
그런데 그 사이인 8월 14일 이 전 장관과 김 상임위원이 통화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인권위에 전화한 사실이 있냐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한 번 (통화한 적)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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