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박수홍·장윤정…잇따른 부자간 재산문제 “어린 시절부터 법적 장치 강화해야”
“2016년 경매가 들어와 급한 대로 아버지 채무를 변제하고 지분을 샀다. 그런데 채무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마치 줄이라도 서 있었던 것처럼 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 반복이었다. 가족 관계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채무를 제가 다 변제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부친을 고소한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부친 박준철 씨와의 부채 관련 문제를 이 같이 언급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 영웅이자 스포츠 스타 박세리의 눈물에 기자회견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공감의 눈물을 흘렸다. 박세리 이사장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경우 어릴 때부터 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모와의 재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유명세를 타는 이들은 수익의 관리와 사용에 있어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1977년생인 박 이사장도 19세의 나이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했다. 박 이사장뿐 아니라, 방송인 박수홍, 가수 장윤정 등도 어린 시절 데뷔 후 부모와 자식 간 재산문제로 가족분쟁에 휩싸인 바 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빈번하게 벌어진다. 특히 수익의 관리와 사용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역배우, 미성년의 스포츠 스타일수록 재산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영화 ‘나홀로집에’의 주연배우 맥컬리 컬킨은 아역시절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지만 1995년 컬킨의 부모가 결별하면서 아들의 재산과 양육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면서 2년 간의 법적 분쟁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부모의 재정 관리를 둘러싼 법적 분쟁 끝에 재산의 통제권을 되찾았지만, 부모와는 연을 끊었다. 부모를 상대로 혈족 관계를 소멸시켜 달라고 하는 소송인 ‘부모분리(Estrangement from Parents)’ 청구를 통해 아버지와의 혈족 관계를 끊어내고 법률적으로 남남이 된 것이다.
영화 ‘코요태 어글리’의 OST를 부른 리앤 라임즈 역시 부모와의 재정 문제로 법적 분쟁을 겪었다. 그녀는 부모가 자신의 수익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부모와 자녀 간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며, 종종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재정 관리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미성년일때부터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재정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국에서는 ‘쿠건법(Coogan Law)’으로 아역 배우가 벌어들인 수익을 부모가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1939년에 제정돼 1999에 한차례 개정된 이 법에 따르면 전체 수익의 15%를 ‘쿠건 계정’이라는 신탁에 넣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스포츠 스타의 자산관리를 위한 전담팀이 화제를 모았다. 하나은행이 법무법인 가온 등과 함께 골프, 축구, e스포츠 등 유명 스포츠 스타를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자산관리 전담팀을 운영키로 한 것이다.
당시 양사는 스포츠 종목의 특성과 자산, 소득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특화된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스포츠 스타들의 자산 관리 성향에 따라 전문가들이 법률, 세무, 부동산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여기에 스타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세미나’ 개최를 통해 투자 및 절세 방안, 부동산 동향 정보도 제공했다. 현재는 KPGA 선수들을 위한 연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향후에도 스포츠 스타들의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일수록 재산 문제는 복잡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조언한다. 특히 인플루언서 시대가 열리며 일반인들도 어린 시절 부모와 자녀 간의 재정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상 부모는 친권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재산권을 ‘대리’한다. 미성년 연예인 등의 학습권과 휴식권 및 정신적 건강 보호 등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조항은 전무하다.
미성년 연예인, 스포츠 스타, 여기에 소속사가 없는 키즈 인플루언서 등 사실상 미성년자의 재산권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키즈 인플루언서 등 미성년이 부모와의 재산 문제로 고통받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법적 보호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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